이중섭·천경자·김기창…한국근현대미술 36인 거장展
내년 2월 15일까지 서울미술관 '소장품展'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에서 거장으로 꼽힐만한 화가 36인의 작품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 100점이 걸린 곳은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이다. 개관된 지 2년이 지난 이 미술관은 연말을 맞아 그동안 관람객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이대원의 '사과나무', 이중섭 '황소' 등을 재차 내놨고, 작가들의 초기작 등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작품 수십 점도 이번에 공개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 근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최근에도 잇따라 열리는 와중 이번 전시는 우리 근현대 미술의 궤적을 살필 수 있는 기회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소장품 전'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그룹 회장이 30년간 모아 온 그림들로 이뤄져 있다. 안 회장은 영업사원 시절 지인의 소개로 그림 수집을 시작해, 시인 구상과 같은 아파트 아래 위층에서 산 인연으로 이중섭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들으며 예술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주로 구입한다는 그는 "이중섭의 '황소'를 보면 기운이 생기고, 오치균의 '감'을 보면 배가 저절로 부른다"고 자주 얘기한다.
이번 전시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우선 '거장'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에는 36인 작가들의 작품들 70점이 대체로 시대순으로 배치돼 있다. 전통회화에서 정물과 풍경, 인물 등으로 주제가 이어지며, 중간에 이중섭의 황소 시리즈 등을 거쳐 추상회화와 단색화, 극사실화로 나아간다. 전시장 입구에는 운보 김기창이 그린 전통회화 '춘향 시리즈' 병풍 그림과 운보의 스승이었던 이응노의 문자추상 그림이 먼저 보인다. 반대편엔 천경자 화백의 화려한 색채와 여인상이 담긴 특유의 화풍과는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20대 시절 그린 '조락(凋落)'이라는 작품으로, 시든 연잎에 웅크린 작은 개구리의 모습이 담겨있어 고통스러웠던 개인사와 시대상이 묻어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에게서 그림지도를 받은 이마동의 풍경화 '메밀꽃 필 무렵'도 볼 수 있다. 이어 도상봉, 윤중식 등의 정물 그림과 함께 '젖먹이는 여인'이라는 동일한 제목을 가진 두 개의 그림이 등장한다. 하나는 1950년대 파리 유학을 다녀온 박영선의 그림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국민화가 박수근의 스케치 작품이다. 이중섭의 그림들로는 '황소', '싸우는 소' 등 소 그림들을 비롯, 가난 속에서도 창작을 지속했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은지화 그림, 수탉과 암탉이 그려져 부부의 사랑을 표현한 '환희', 말년에 머물렀던 통영의 내항에서 남망산을 바라보고 그린 '길' 등이 있다. 이외에도 최근 미술시장에서 블루칩 작가로 인기가 높은 김환기, 이우환, 김창렬과 박서보, 정상화 등의 단색화 그림들, 극사실회화 작가 고영훈의 작품 등이 선을 보였다.
또 다른 전시장에선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운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같은 곳에서 공개한 작품이긴 하지만, 관람객들의 요청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번에 다시 내놓게 됐다. 예수의 삶을 전통 회화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빠른 운필(運筆)과 뛰어난 구성력이 특징이다. 비단에 채색한 그림들에 담긴 성화에는 조선시대의 한옥과 산수를 풍경으로 삼아 성경에 나오는 사탄을 도깨비로, 천사를 선녀로 묘사하고 있다. 운보는 어릴 적 장티푸스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운보는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한국전쟁 시기 꿈에서 예수의 성체를 본 이후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됐다고 전해진다. 이 연작은 전쟁이 끝날 즈음인 1952~1953년 1년 동안 그린 그림들이다. 문의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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