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변민선 판사는 혁명서적을 읽고 이적활동을 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1982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던 김모(53)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한달 만에 풀려났지만 같은 해 9월 다시 영장없이 불법 구금당했다. 이때 수사당국은 고문과 협박을 해 김씨가 "북한에 동조하고, 그들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허위자백하게 했다. 검찰은 당시 이 진술을 자백을 바탕으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 뒤 재판과정에서 김씨는 진술을 번복했지만 검찰은 압수된 서적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입증된다며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한 동아리에 가입해 '역사란 무엇인가'와 E.R.셀리그먼의 '경제사관의 제문제' 같은 책을 탐닉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김씨를 몰아붙였고 결국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2년 6월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32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김씨의 자술서와 신문조서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에 의해 작성됐고, 당시 재판 과정에서도 내용이 부인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압수된 책들에 대해서도 "내용상으로 북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출판사에서 정상적으로 출판한 서적이나 복사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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