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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低低低低…엔高로 금방 바뀌던 공식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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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환율' 공포…한국경제 씨말릴판

일본기업 해외거점 늘려 무역흑자돼도 무역수지 안잡혀 엔低 지속
코스피 1% 빠질 때 닛케이지수 2.7% 쏙…외국인 매도물량 쏟아내
3년물 국고채금리도 0.024%P 하락…한은 추가 금리인하 압박 커져

(자료: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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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과거의 엔저(円低)와 다르다.'

엔화가치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환율 복병'이 또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강(强)달러로 인한 내수 위축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출과 내수의 원투펀치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엔저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엔저→수출확대→무역수지 흑자→엔고 전환' 공식이 일본기업의 해외현지화로 깨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저 직격탄…과거완 달라 = 5일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105.04엔에서 장을 마쳤던 엔ㆍ달러환율은 지난 3일(현지시간) 114.1엔에 거래를 마쳤다. 2007년 12월 이후 7년만에 엔화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기준으론 11개월동안 9%나 평가절하됐다.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은 1055.4원에서 1076.5원으로 올라 이보다 7%포인트 적은 2% 상승에 그치며 엔화약세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엔화가치가 너무 빨리 떨어지면서 원화도 그에 동조돼 최근 고점이었던 1080원 천정이 뚫린 상태"라고 말했다. '환율의 역습' 저자 조재성 신한은행 부지점장은 "엔저로 일본기업들에게 우리 수출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가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물론 엔저는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1996년 엔ㆍ달러가 124엔대로 치솟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엔저가 금세 엔고를 불러왔다. 엔화약세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엔화자산을 사들여 엔고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9월 기준 1조2644억달러로 세계2위인 일본의 막강한 외환보유액도 극심한 엔화약세의 지지선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급속화된 일본 기업의 해외생산 강화는 이 공식을 깨뜨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대거 이동시키면서 엔저로 인해 수출이 늘어도 이 숫자는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엔저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이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제조업의 해외생산비율은 1985년 3%에 불과했지만 1990년 6%, 2000년 13%까지 올라섰고 2005년(17%), 2010년(18%)에 이어 2015년에는 21% 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일본기업이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TV등 차세대 제품에서 성과를 내고 그것이 엔저와 결합하게 되면 그때 부터 우리나라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국고채금리 반응…정책 대응 가능성 커져 = 이러한 엔저 희비는 양국의 증시에서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4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 상승한 1만6862.47포인트를 기록 1만7000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코스피는 전장 대비 1%대 가까이 떨어진 1935.19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74억원어치의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세계 증시는 9~10월 조정을 받다가 회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소외되고 있고 이는 엔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국고채 시장은 다시금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4%포인트 하락한 2.096%를 기록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0%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임 팀장은 "환율에 대한 압박이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당국의 외환시장개입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과거 외환당국의 개입 사례를 보면 월말기준으로 10원 이상 오르면 들어왔다"면서 "당국이 구두개입을 한 두차례 더해 미세조정을 통해 변동성을 제거 못하면 실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엔저로 한국이 확장적 경제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HSBC는 "엔화약세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날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크레딧스위스는 "BOJ 추가완화 발표당일 원화대비 엔화가치가 1.6%나 급락한 점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면서 "(엔저가) 경제회복을 저해하면 수출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확장적 재정과 통화정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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