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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경기'에 쓰러진, 500년 원시림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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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 건설…정선 가리왕산 벌목현장 살펴보니
정선 만항재 경기장 건립 등 각종 대안 제시해도 일방적 강행


가리왕산 벌채 현장. 사진제공=녹색연합

가리왕산 벌채 현장. 사진제공=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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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오는 2018년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원시림인 정선 가리왕산 일대에 활강스키장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 사흘간의 행사를 위해 500년 된 삼림을 베어내는 것에 대해 다른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경기장 건설을 강행하는 강원도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활강경기장 부지로 선정된 가리왕산은 생태ㆍ유전적 가치가 매우 높다. 시민사회에서는 "사흘간의 경기를 위해 500년을 이어온 원시림을 훼손하는 것이 타당하냐"면서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조직위 등에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거나 논의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만항재가 대안 경기장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만항재 조사에 나섰던 김휘중 강원대 토양환경복원센터장은 지난 2012년 한 세미나에서 "정밀측량 결과 만항재에서 활강경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강원도 주장과 달리 (만항재는) 표고차도 830~872m에 이르며 코스 하단의 지형 연속성도 계속 이어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만항재는 폐광지대여서 정부로부터 복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경복원ㆍ비용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강원도와 조직위는 이를 일축하고 있다. 강원도 측은 "만항재의 경우 기본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남사면(南斜面ㆍ남쪽으로 기울어진 곳)이어서 설질(雪質)에 문제를 줄 소지가 크다"면서 가리왕산 벌목을 밀어붙이고 있다.
시민사회는 지형적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없다면 '투런 레이스(2RUN RACE) 규정'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투런 레이스는 350~450m 표고차에서 두 번 경기를 치루고 점수를 합산할 수 있게 한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이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투런 레이스 규정을 적용하면 용평리조트나 하이원리조트 등의 시설을 조금만 더 보충해 경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가리왕산의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도와 조직위 측은 투런 레이스 제안에도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활강경기는 높은 고도와 급경사에서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로, 투런 방식을 택하는 것은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우리나라가 올림픽 유치 당시 약속했던 것을 어기게 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프랑크 카스퍼 FIS 회장도 지난 7일 "(투런 규정은) 올림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는 강원도와 조직위 측이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지난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도 시가고원(志賀高原ㆍ일본 중부 고산지대)에 활강스키장을 지으려다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로 국제스키연맹과의 협상 끝에 '하포네 스키장'으로 장소를 옮긴 사례가 있다"며 "재협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요구인데도 강원도와 조직위는 IOCㆍ국제스키연맹 등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최근 완공한 마식령 스키장 등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리왕산의 환경파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뿐더러,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리왕산 훼손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강원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 지사가 흔히 (환경문제에) 전향적인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환경파괴 논란에도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는 등 다른 역대 강원도지사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 간담회에서는 '소치보다 초라할까 걱정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당초 활강경기장 입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며 여러 안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키연맹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끌려다녔다'는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가리왕산이 생태 우선지역이라는 부분에 공감해 이미 코스를 하나 없앴고, 생태지역 7곳을 피하고 복원을 추진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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