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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낙태·정관절제' 한센인 피해자들 국가배상 승소

최종수정 2014.10.23 09:16 기사입력 2014.10.23 09:16

항소심 재판부, 국가 배상책임 인정한 1심 판결 유지…다른 한센인 피해자 재판에도 영향줄 듯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가로부터 강제로 임신중절과 정관절제 수술을 받았던 한센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강압적인 행위를 인정한 판결이 나옴에 따라 향후 열리게 될 한센인 관련 재판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고법 민사 2부(부장판사 서태환)는 22일 과거 한센병에 걸렸다가 낙태·단종을 당한 강모씨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반인륜적 행위를 처음으로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지난 4월 광주지법 순천지원 1심 재판부는 정관절제 수술을 받은 원고 9명과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김모씨 등 원고 10명에 대해 각각 3000만원과 4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이 죄를 짓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전면적으로 출산을 금지한 정책은 명백히 잘못된 반인륜적·반인권적 선택"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 원고들은 국립 소록도병원과 익산·안동·부산·칠곡 등의 시설에서 강제시술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단종과 낙태는 1948년부터 1980년대까지 수십년 간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정부는 6400여명을 한센인 피해자로 인정했지만 별도의 배상금 지급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한센인권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국가를 상대로 1명당 위자료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변호단은 "국가는 수술기록, 수술동의서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며 "국가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항소를 제기했는데 이번 판결은 국가의 항소가 잘못됐음을 재판부가 판결로 밝혀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정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단종과 낙태는 동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현재 한센인 600여명은 이번 건과 동일한 피해 내용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이번 판결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단은 "이번 항소심 선고는 다른 재판의 피해 사실인정에 영향을 준 뿐만 아니라 강제성 여부, 과거사 시효, 피해인정 등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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