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소통하고 공유하며 사는 법
대한민국 대표 작가 20여명의 작품이 문인화로 재탄생했다. 22~28일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펼쳐지는 김주대 시인(49, 사진)의 문인화전에서는 고은·강은교·공지영·구중서·김경주·김사인·김정환·나희덕·도종환·문태준·백낙청·백무산·송기숙·신경림·신경숙·안도현·염무웅·이경자·이시영·이은봉·이재무·정희성·천양희·현기영·황석영 등의 작품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김 시인은 "이번 전시회는 올해 한국작가회의 창립 40주년을 맞아 민족문학을 일구온 선후배 작가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그들이 남긴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은 작년부터 틈틈이 그리기 시작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미 소개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한 때 일년에 수억원을 버는 논술학원을 운영한 적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히 망했다." 아니, 망하고 싶었다. 이젠 "자본주의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해졌다." "다시 가 보려니 구토와 두통 뿐이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기반 삼아
독자들과 소통하며 시와 그림, 여행, 사진에 빠져 산다.
김 시인은 매일 시를 써서 페이스북에 올리면 수천명에 이르는 '페친'들이 답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준다. 간혹 인문화를 그려 올려둔다. 한달에 한 두점 사가는 이들도 있다. 김 시인에게 있어 시와 그림, 사진이 생계 수단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정신은 더욱 명징해졌다"고 말했다. 페친들이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내 시가 좀 야들하고, 잔방지고, 서글픈 듯"한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난하게 사는 방식을 얘기했다.
"언젠가 페이스북에 '반찬이 상했네'라고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페친들이 그 날로 냉장고를 가져다 주고 반찬과 쌀을 보내 왔다. 놀라운 일이었다. 난 자본주의에서 철저히 망했으므로 대신 열심히 시를 써서 올리는 것으로 보답한다. 주고 받고, 공유하며 사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한편 김 시인은 1990년 ‘도화동 사십계단’(청사 출간)을 비롯, ‘꽃이 너를 지운다’(창비시선),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현대시학) 등 6권의 시집을 냈다.
"산정의 어떤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모든 가지가 뻗어 있다. 근육과 뼈를 비틀어 제 몸에 바람을 새겨놓은 것이다."('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전문)
"대지를 시커멓게 쓸고 지나가던 바람이 봄이 되면/ 풍경의 끝에 붉은 꽃 한 송이를 낙관처럼 찍어놓는다"('문인화' 전문)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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