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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대란…우겼던 교육부 어쩔겁니까

최종수정 2014.10.17 13:58 기사입력 2014.10.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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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교과서를 기반으로 해야 고교교육 정상화" 논리…"틀린 답을 맞다고 우기는 궤변이 무슨 고교교육 정상화인가"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지난해 출제오류 논란을 일으킨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했던 1심 판결을 뒤집는 결과가 나와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로 소송까지 가기 전에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오류를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는데도 '덮기에만 급급했던' 교육당국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된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요컨대 '교과서대로만 풀지 않고, 교과서 밖 정보와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석한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정답을 맞힐 수 없는' 사례가 돼버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이 문항은 'NAFTA보다 EU의 총생산액이 크다'는 보기가 정답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문제에 표기된 '2012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NAFTA와 EU의 총생산액이 뒤바뀌는데도, 평가원은 현행 교과서가 2009년을 기준으로 제작돼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학습했으면 맞힐 수 있었다는 논리를 펴 왔다. 평가원이 인정한 정답이 '고교 과정에서는 최선의 답'이라는 것이다.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도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서울 A고등학교의 지리교사 김모(39)씨는 "지난해 11월 현직 지리교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80%가 넘는 교사들이 해당 문항에 대해 '출제오류'라고 답했다"며 "교육부가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며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고교교육 정상화를 운운하는데, 틀린 답을 맞다고 우기는 궤변이 무슨 고교교육 정상화인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논란이 불거지던 당시 유감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의 답지 분석 결과 1등급에 있는 학생들은 거의 다 정답인 2번 답지를 골랐다"며 "만약 이 문항이 나쁘다면 1등급에 있는 학생들이 다른(틀린) 답지를 고르고 3~4등급 아이들이 정답을 고르는 형태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해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도 "일반 학생들에게 교과서 밖의 데이터까지 아울러 공부하는 부담을 주는 것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교육과정상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틀린 것을 옳다고 정해버린' 상황은 일단 바로잡히게 됐다. 재판부는 "출제 의도에 의해 정답이라고 예정된 답안을 선택하는 데 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사실에 부합하는 답만 정답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그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진리를 탐구하도록 하는 교육의 목적과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 측정하는 수능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여서 평가원과 교육부의 신뢰도에 다시 큰 흠집이 생겼다. 이뿐만 아니라 논란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기 위해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평가원은 상고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판결로 '기계적인 문답에 의한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이자 미래를준비하는노동사회교육원 이사장을 지낸 김용택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중요한 것은 '사실이 무엇이냐'이며, 출제자가 문제와 관련된 통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면 이 또한 출제자의 실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능출제 정답 시비가 그치지 않는 이유는 수능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평가체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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