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벨트, 현장을 가다 ⑤ 하나은행
IB, PB 업무 확대 글로벌은행 도약
[홍콩=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아시아 지역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위안화 거래 확대를 추진하는 중국이 우선 홍콩에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의 사업 기회는 증가하고 있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외국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금융시장으로 홍콩을 일순위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 행정수반 선거를 둘러싼 홍콩 사회의 혼란 등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이 홍콩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계속 키워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서 만난 홍명철 지점장은 "외환은행과 통합이 이뤄지면 규모나 기능 등 모든 면에서 투자은행(IB), 증권, 리서치 업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은행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지점은 홍콩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외환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11억 달러를 넘어섰고 대출금은 7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대출금은 지난해 말의 5억9000만 달러와 비교했을 때 부쩍 늘어 2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이 1000만 달러를 상회하고 홍콩 금융당국의 검사 등급도 매년 적정 등급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있다. 홍 지점장은 "외환은행 홍콩지점은 총자산 기준으로 하나은행의 3배 정도인데 합쳐지면 국내 은행 중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조달시장에서 50억달러의 파워가 생기는 등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이 기대하는 시너지는 이 같이 규모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가 강점이 있는 부분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프라이빗 뱅킹(PB) 시장에 발달한 홍콩에서 하나은행은 2007년부터 관련 시장을 공략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미 7년 전부터 교민 및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뮤추얼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을 판매해온 것이다. 반면 외환은행은 법인이 IB 역할을 하고 있고 오랜 시간 무역 금융 등의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왔다. 홍 지점장은 "IB 관련해 딜이 있을 때 참여를 고려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고 PB 시장을 공략할 때도 보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PB 업무에 있어서 상품 구성의 한계나 한국인 중심 거래만 이뤄지는 제약 등을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에서는 통합에 대한 걸림돌이 없다. 이미 1999년과 2002년 각각 보람은행과 서울은행의 지점을 통합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홍 지점장은 "보람은행과 서울은행을 통합해봤기 때문에 본점의 지시만 있으면 행정절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4개월 정도면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미 '한 식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홍 지점장은 "마침 오늘도 외환은행에 새로 부임한 직원이 있어 저녁에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 외에도 홍콩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을 살리는 현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체 직원 16명은 본국 직원 4명, 현지 직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홍 지점장은 "현지화 전략이 중요한데 홍콩은 인구도 많지 않고 외국계 은행은 여러 곳에 지점을 두는 데도 한계가 있어 현지인을 대상으로 홍콩 달러 예금을 조달하는 영업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홍콩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는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하나은행 홍콩지점의 주요 고객은 한국계 무역법인과 중국 소재 한국계 현지 제조법인, 홍콩 현지 기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산은 주로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무역금융과 운전자금ㆍ시설자금 대출, 신디케이션 대출 및 외화 채권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관련 사업 기회가 증가할 수 있는 것도 홍콩 금융시장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홍 지점장은 "중국이 꾸준히 위안화를 홍콩에서 시험하고 있어 점점 가능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나은행 홍콩지점도 위안화 운용할 곳을 찾고 조달 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콩=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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