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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의심거래' 90%이상 방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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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서울 도심 주택가에 불법 도박장을 차려 운영하던 A씨. 그는 강원랜드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끌어들여 도박장을 운영했고 현금을 칩으로 바꿔 주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5%를 받아 수익금으로 챙겼다. A씨는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사용했고 차명계좌라 은행 창구보다는 외부에 있는 현금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했다. ATM에서 수시로 수백, 수천만원의 현금이 입출금되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A씨를 '자금세탁 의심거래(STR)' 혐의자로 신고하면서 그의 범죄가 드러났다.

시중은행에서 포착되는 STR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 중 90% 이상이 별다른 조사 없이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미심쩍은 금융거래가 발견되면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FIU에 신고토록 돼 있다. 원화로 1000만원 이상, 미화로 5000달러 이상이 신고 대상이다. 하루 평균 1400건이 넘는 STR이 접수된다. 그러나 인력부족으로 이 중 상당수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FIU에 신고된 STR은 모두 37만8742건으로 전년(29만241건) 대비 30.5% 급증했다.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1456건이 접수된 셈이다. 올 상반기에도 작년의 65% 수준인 24만5600건이 접수되는 등 STR 신고 건수는 2001년 FIU 설립 이후 10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STR로 접수가 된다하더라도 모두 불법 여부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접수 건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금융사에서 STR를 작성해 FIU에 보고하면 FIU의 심사분석실은 자금세탁 혐의가 짙은 STR에 대해서는 '상세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자금 흐름을 추적해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상세분석' 판단이 내려지면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 나온 40여명의 요원들이 정밀 분석에 들어간다.

그러나 혐의가 짙다고 해서 모두 상세분석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료의 양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하루에 1500건에 가까운 STR이 접수되지만 상세분석에 들어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FIU 직원(분석관)은 10여명에 불과하다. 분석관 1명이 하루에 100건이 넘는 STR에 대해 상세분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꼼꼼하게 분석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에는 37만8700여건 중 6.6%(2만5030건)만에 대해 상세분석이 이뤄졌다. 나머지 93.4%(35만3712건)는 모두 FIU에 버려져 있다. 어렵게 얻은 '지하경제'의 금융 정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STR의 상세분석률은 2006년 27%, 2007년 14%, 2008년 12%, 2009년 10%, 2010년 8%, 2011년 5%, 2012년 7.4% 등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FIU에 누적된 금융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훈 서울시립대 로스쿨 조세전문 교수는 "STR 보고 기준이 강화되면서 거래보고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FIU의 심사분석 인력은 그대로"라며 "현 시스템으로 STR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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