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차곡차곡 쌓아온 그들의 역사에 박수를…연극 '프라이드'

최종수정 2014.09.12 11:55 기사입력 2014.09.12 11:55

댓글쓰기

11월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프라이드

연극 프라이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는 해마다 전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1970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벌써 40여년의 역사가 쌓였다. 여기저기서 몰려 온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행진을 벌이기 때문에 '게이 퍼레이드', '퀴어 퍼레이드'라고도 불린다. 미국 시애틀과 뉴욕, 노르웨이, 헝가리, 영국 등 각 지역마다 성격은 조금씩 달라도 퍼레이드의 근본적인 목적은 동일하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즉 프라이드를 높이는 것이다. 연극 '프라이드'는 "내가 나 자신일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고 '프라이드'를 정의한다.

1958년, 필립과 실비아 부부의 집에 동화작가 올리버가 방문한다. 실비아와 작업을 같이 하면서 친해지게 된 올리버는 첫 만남에서 필립에게 묘한 호감을 느낀다. 규율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내왔던 필립은 자신 또한 올리버에게 끌리지만, 애써 이 감정을 부인하려 한다. 직감적으로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챈 실비아는 두 사람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분노한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2014년, 필립과 올리버는 매일 다퉜다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연인 사이다. 사진작가 필립은 연인 올리버를 사랑하지만 그의 지나친 자유분방함이 버겁기만 하다. 이 둘이 싸우는 요인도 올리버의 바람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한 게이잡지에 글을 쓰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올리버는 절친한 친구 실비아에게 자주 연애상담을 하고, 실비아는 이 둘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극 프라이드

연극 프라이드


작품에서는 1958년과 2014년의 상반된 분위기와 상황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올리버, 필립, 실비아 등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역사적이다. 1958년의 올리버와 2014년의 올리버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연극은 타임머신을 타듯 시대를 넘나들면서 그려낸다. 동성애가 거의 범죄로 여겨졌던 1950년대 필립과 올리버의 관계를 방해한 것은 사회적 시선과 박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었지만, 2000년대 이들은 어느 연인처럼 개인의 성격과 성향 차이로 헤어진다. 동성애에 대한 시선도 반세기만에 '질병'에서 '취향'으로 바뀐다.

영국의 배우 출신 작가 알렉시 캠벨의 데뷔작으로, 2008년 런던 로열코트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비평가협회, 존 위팅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2010년 미국으로 넘어가서는 '위키드'의 조 만텔로가 연출을 맡고, 영화 '향수'의 벤 위쇼와 '한니발'의 휴 댄시 등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 달 첫 선을 보였다.
한국공연을 축하하면서 알렉시 캠벨은 이 작품에 대해 "전 세계를 걸쳐 성적 소수자들은 그들 자신과 그들이 형성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긍심(프라이드)을 느끼기 위해 싸워왔다"며 "이 편견의 역사가 수년 간 그들에게 미쳤을 영향력을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이 작품의 형태와 구조를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직설적이지만 공감가는 대사, 자연스럽게 시대를 넘나드는 무대연출, 장장 3시간에 걸친 배우들의 호연 등이 어울리면서 연극 '프라이드'는 단순한 동성애 묘사에 그치지 않고 '성소수자들의 자아 찾기'라는 더 큰 주제를 이끌어낸다. 주인공들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대사는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역사에 보내는 박수와 응원이다. 11월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