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임사가 기업 이름을 '4시33분(4:33)'으로 지었다. 삼성이나 현대라고 지어온 사명(社名)을 이렇게 지어놓으니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떠오른 기발함을 채택했을 경우라 하더라도, 옆에서 자꾸 질문을 쑤시면 가장 그럴 듯한 대답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랬는지 어쨌는지 이 게임사는 4시33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 시간요? 오후 그쯤 되면 가장 게임하고 싶은 때 아닙니까? 하루의 에너지를 대략 다 쓰고 파김치가 되어가는 시간. 그 지친 마음을 돋우기 위해 한 판 게임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동할 때가 그 무렵이란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게임사가 붙일 이름으론 천하의 명품이다.


시간이 이토록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의 소재란 걸 이 기업이 깨우쳐준다. 시간에 얽혀 사는 인간, 시간의 어느 때에 생겼다 시간의 어느 길이까지 살다가 시간의 어느 지점에 가만히 눈감는 인간에게, 시간은 관심의 대상이며 문제의 핵심이다. '언제'는 바로 인간의 세계가 우주의 시계와 만나는 극적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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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생년월일시간이 중요한 것도 바로 우주 속에 움직이는 화수목금토 위성 다섯 개의 배열이 그 시각에 어디 있었느냐의 오행과 일월 즉 해와 달이 그 시각에 어디를 돌고 있었는가를 변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첫 사랑, 첫 키스, 첫 경험, 첫 이별, 첫 눈과 첫 단풍, 첫 꽃이 피던 그것이 어느 때였나. 처음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두번 째 세번 째, 백일, 천일 동안. 99년, 100년, 천년까지. 시간은 늘 유의미한 의미로 우릴 건드린다. 순간이 촉발하고 폭발시킨 어떤 사건들. 그리고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재현하는 일들까지. 역사는 어쩌면 시간에 부기하는 거대한 숙박계같은 것이 아닌가. 이제 기업 브랜드도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꺼리라는 것을, 문득 다시 깨닫는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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