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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옷으로 풀어내는 역사·문화 이야기…'옷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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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사람이다

옷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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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 들어 여성들의 치마며 바지의 길이가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아진 것을 두고 생겨난 말이 '하의 실종'이다. 이 '하의 실종'의 트렌드를 역사 속에서 찾아본다면 15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남성들의 상의가 갈수록 짧아졌는데, 이 짧아진 상의 밑에 입었던 것이 스타킹 류의 옷들이었다. 하지만 발끝에서 허리까지 길게 연결돼있는 스타킹은 양쪽이 각기 떨어져있었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성기를 가리기 위한 장식용 천인 '코드피스'다. 이 유행은 후에 스타킹이 위아래로 분리돼, 위쪽은 짧은 바지로, 아래쪽은 양말 개념으로 바뀌면서 가까스로 멈추게 됐다.

신간 '옷은 사람이다'는 '옷'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와 문화, 사회와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읽어 내려가는 책이다. 최근의 패션 트렌드의 의미와 그 기원을 찬찬히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디자인대학원장)로, 그동안 '패션 인 사이트'에 실었던 칼럼 중 '옷, 벗기고 보니'에 미처 실리지 못한 칼럼과 '아시아경제신문'에 발표했던 고정 칼럼들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
'옷은 사람이다'는 제목의 의미는 글자 '옷'을 찬찬히 뜯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맨 위의 'ㅇ'은 머리, 'ㅗ'는 목과 팔, 'ㅅ'은 몸과 두 발의 모양을 갖추고 있어 '옷'이라는 글자 자체가 사람의 형상을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시시대에 생존을 위해서 입었던 옷은 현대에 들어서는 나를 표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바뀌게 됐다. 때론 다양한 사회적 상징을 싣는 장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패션은 시대의 거울"이라고 강조한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옷이 주는 경이로움"을 전파하는 데 주력한다.

정치인들의 '패션외교'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 3세의 왕비 '유제니'다. 둘 다 당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패션을 선보이며 궁정 패션의 유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대중들의 미움을, 유제니는 사랑을 받았다. 어떤 차이일까. "배려와 개성, 사람냄새"가 그 차이다. "21세기의 세계적 패셔니스타인 미셸 오바마나 케이트 미들턴도 권력이나 멋진 옷, 아름다운 외모만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로 대중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환경의 마리 앙투아네트나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패션이 훌륭했어도 백성의 미움과 세계인의 질타 속에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과 비교하면 답은 확실해진다."

이밖에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이 적군의 복식을 따라 입은 것이 오늘날 서양 복식의 기초가 됐다는 이야기, 1946년 핵폭탄 실험이 있었던 남태평양의 한 섬의 이름을 딴 것이 '비키니' 수영복이었으며, 당시 디자이너가 핵폭탄 실험만큼 이 수영복이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을 기대했다는 이야기 등 우리가 몰랐던 '패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왜 패션계에는 세계를 뒤흔들 '패션 싸이'가 없는가?", "왜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인가?", "일본은 싫어도 유니클로에는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등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제기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다준다.
(옷은 사람이다 / 송명견 교수 / 이담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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