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옷은 사람이다'는 '옷'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와 문화, 사회와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읽어 내려가는 책이다. 최근의 패션 트렌드의 의미와 그 기원을 찬찬히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디자인대학원장)로, 그동안 '패션 인 사이트'에 실었던 칼럼 중 '옷, 벗기고 보니'에 미처 실리지 못한 칼럼과 '아시아경제신문'에 발표했던 고정 칼럼들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
정치인들의 '패션외교'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 3세의 왕비 '유제니'다. 둘 다 당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패션을 선보이며 궁정 패션의 유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대중들의 미움을, 유제니는 사랑을 받았다. 어떤 차이일까. "배려와 개성, 사람냄새"가 그 차이다. "21세기의 세계적 패셔니스타인 미셸 오바마나 케이트 미들턴도 권력이나 멋진 옷, 아름다운 외모만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로 대중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환경의 마리 앙투아네트나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패션이 훌륭했어도 백성의 미움과 세계인의 질타 속에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과 비교하면 답은 확실해진다."
이밖에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이 적군의 복식을 따라 입은 것이 오늘날 서양 복식의 기초가 됐다는 이야기, 1946년 핵폭탄 실험이 있었던 남태평양의 한 섬의 이름을 딴 것이 '비키니' 수영복이었으며, 당시 디자이너가 핵폭탄 실험만큼 이 수영복이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을 기대했다는 이야기 등 우리가 몰랐던 '패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왜 패션계에는 세계를 뒤흔들 '패션 싸이'가 없는가?", "왜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해외 명품 브랜드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인가?", "일본은 싫어도 유니클로에는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등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제기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다준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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