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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구로공단 女工들이 밤을 샜다…수출 1억弗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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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발전의 뿌리' 산업단지 50년을 돌아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산업단지가 탄생한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1964년 구로 공단에서 첫 삽을 뜬 이후 강산이 다섯번 바뀌는 동안 전국 산업단지는 1000개를 넘어섰다. 폐허뿐이었던 국토는 훌륭한 수출 전진기지로 변모했고, 1960년대 최빈국에 속했던 우리나라는 세계 8위 무역국가로 우뚝 섰다. 산업단지의 과거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50년을 전망해본다.
[사진=산업단지공단]

[사진=산업단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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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를 신(新)공업도시로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루르의 기적을 초월하고 신라의 번영을 재현하려는 이 민족적 욕구를 이곳 울산에서 실현하려는 것이니 이것은 민족 재흥의 터전을 닦는 것이고, 국가 백년대계의 보고를 마련하는 것이며, 자손만대의 번영을 약속하는 민족적 궐기인 것입니다."

1962년 2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의 육성이 울산 남구 매암동 납도마을에 울려 퍼졌다. 국내 최초 산업단지의 탄생을 알린 '울산공업지구설정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을 계기로 우리나라 산업화의 불씨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산업단지 건립은 1962년부터 1966년까지 시행되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 국내 산업 환경은 열악했다. 1945년부터 1961년까지 약 17년간 계속된 미국의 무상원조는 광복 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 이후의 심한 식량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는 기여했지만, 대부분의 원조가 소비재 중심이었기에 자립경제를 일궈내기는 힘들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미국의 원조가 우리 경제의 자립을 저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1960년 미국의 국제관계 평론잡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는 "한국에서 경제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 제1차 경제개발계획 통해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
라디오·TV·의류·신발 생산…'메이드 인 코리아' 알린 한강의 기적
 
하지만 1961년 들어선 박정희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1차 산업 중심인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를 2차 산업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 중심에 산업단지가 있었다. 자립경제의 기반인 정유ㆍ비료ㆍ종합제철 등 국가기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설이 들어설 공업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첫 삽을 뜬 것은 울산이었지만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먼저 올라온 것은 구로산업단지(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였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영등포구 구로동의 논과 밭, 야산은 수출 중소기업들을 위한 산업단지로 개발돼 1964년 처음으로 조성됐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TV를 생산하는 동남전기공업이 가장 먼저 입주해 시운전과 동시에 공장을 가동했다. 10개의 국내 기업과 싸니전자를 비롯한 20여개의 재일교포기업이 자리를 잡았으며 미국 기업도 1곳이 들어왔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구로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스웨터를 비롯, 의류, 가발, 신발, 인형 등 봉제품, 합판, 전기제품 등이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갔다. 대부분이 해외 기업체의 주문에 의한 OEM 생산이므로 주문회사의 상표가 붙었지만, 제품의 한 귀퉁이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태그가 붙었다.
초기 수출기업들의 성장에는 '여공' 들의 희생이 필수적이었다. 여공들은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밤샘작업을 하기며 수출역군으로서 경제개발의 최전방을 맡았으며, 경제개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펼쳤던 저축 증대에도 앞장섰다. 이같은 희생을 바탕으로 1964년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데 이어 1971년에는 1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며 우리 산업은 10배나 성장할 수 있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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