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 기대만큼 화끈하지 못했던 것은 평양에 마지막 기회를 주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확히 1년이 지나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찾는다. 달라진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과 중국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다.
상호의존도가 높은 양국 경제관계를 발전시킬 논의도 진행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안에'라고 했고 시 주석은 '협상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FTA 타결에 중대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도 가시화 단계에 들어간다. 우리 정부는 늘어나는 한중 교역량에 적절히 대응하고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직거래 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라 이번 회담 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충돌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실리를 극대화하는 '균형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균형외교는 그러나 어느 쪽에게도 확답을 주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눈치외교'로 전락할 위험을 지닌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친구로 두는 것이 다른 교우관계의 훼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는 실패한 외교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외교적 장면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국내로 눈길을 돌리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인사실패로 급락한 국정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특정 외교성과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전혀 별개의 내치 문제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은 시진핑이고 문창극은 문창극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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