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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없는 국정원의 '창설 53주년'

최종수정 2014.06.10 10:41 기사입력 2014.06.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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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왼쪽부터 김종필 초대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4대 중앙정보부장, 이후락 6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8대 중앙정보부장, 전두환 10대 중앙정보부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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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가정보원이 10일 창설 53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경질된 지 보름이 넘은 가운데 청와대가 아직 후임 원장을 낙점하지 못해 씁쓸한 창설기념일을 맞이하게 됐다. 국정원은 그동안 대북ㆍ국제 정보는 물론 대공ㆍ방첩ㆍ테러ㆍ산업기밀 등 국내 보안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현대전은 정보전이고 정보전의 승자가 곧 국제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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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모태는 중앙정보부다. 5ㆍ16 직후인 1961년 6월10일 당시 박정희 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의 첫 수장은 김종필 부장이 맡았다. 중앙정보부는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년)와 국가정보원(1999년~현재)으로 탈바꿈했다.

조직의 부훈(部訓)도 역사 굴곡의 흐름을 탔다. 창설 당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은 정보요원의 숙명을 대변하는 동시에 음지라는 표현에서 당시 음울했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납치 피해 당사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에는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원훈을 바꿨다.

국정원은 남북관계 중심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 부장은 1972년 5월 '대북 밀사'로 평양에 파견돼 김일성 북한 주석과 사상 첫 남북비밀회담을 가졌고 '7ㆍ4 남북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북방외교 추진을 지원했고, 2000년과 2007년 제1ㆍ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배경에도 그들이 있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5월 당시 엄익준 국정원 2차장은 암 투병 중에 정상회담을 준비하다 순직하기도 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정권안보기관'이라는 오명도 같이 붙었다. 이 때문에 국정원장을 역임한 인물중에 퇴임 후 정치적 시련을 겪거나 법의 심판대에 오른 이도 많다. 6년 3개월로 역대 수장 중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한 김형욱(4대) 전 부장은 퇴임 후 미국으로 망명해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중정 요원들에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후락(6대) 전 부장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렸으며, 2009년 노환으로 작고했다. 김재규(8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고향 선배이자 육사 동기인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하고 이듬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전두환(10대 부장)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희성(9대), 유학성(11대), 장세동(13대), 안무혁(14대), 이현우(19대) 전 부장이 군사반란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다. 특히 당시 최고 실세로 꼽혔던 장세동 전 부장은 세 차례나 구속됐고 2002년에는 대선에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의 첫 안기부장인 김덕(20대) 전 부총리는 재직 시절 지방선거 연기 공작을 추진한 혐의가 드러나 부총리에서 낙마했다. 아울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권영해(21대) 전 부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총풍'과 '북풍' 등 공안사건 조작과 대선자금 불법모금 등에 연루돼 4차례나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검찰 조사 중 문구용 칼로 자해하기도 했다.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22대)은 국민회의 부총재 재직 시절인 1999년 10월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담은 언론대책문건의 유출 파문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후임인 천용택(23대) 원장도 1999년 대선자금에 대한 발언으로 7개월만에 물러나야 했다.

임동원(24대), 신건(25대) 전 원장은 불법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임 전 원장은 6ㆍ15 정상회담 전 두 차례 비밀방북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회담하는 등 남북관계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대북송금을 주도한 혐의로 노무현 정부 때 검찰 조사를 받았다. 내부문건 유출로 중도 하차한 김만복(28대) 전 원장은 일본 잡지에 10ㆍ4 남북정상회담 관련 일화를 기고해 기밀유출 혐의로 최근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정치개입 파문도 잇따랐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총풍', '북풍' 사건이 발생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이 과거 정ㆍ재계 인사 등을 상대로 벌인 광범위한 도청은 대표적인 정치개입 공작으로 손꼽힌다. 미림팀에 의한 도청 사건으로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2005년 사상 처음으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국가안보의 초석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이라며 "앞으로 국정원은 정치권의 한복판에 서 있을 것이 아니라 통일 직후 상황관리를 위한 '통일정보' 영역, 산업스파이 등 분야에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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