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AI가 투자 심사해요"…빅뱅엔젤스 다음달 베타테스트 [VC는 지금]
빅뱅엔젤스 황병선 대표 인터뷰
"AI 심사역, 하기 싫은 일 해줄 것"
유니콘 1개 아닌 1만개 기업 지원 강조
크로스보더 액셀러레이터(AC) 빅뱅엔젤스가 알파테스트(사내 실행 및 점검)를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심사역에 대해 이르면 다음 달 중 베타테스트(정식 출시 전 소수를 초대해 점검 및 평가)에 돌입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취창업허브센터에서 만난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는 "모든 회사에는 플레이북(업무 매뉴얼)이 있는데, 이를 AI에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며 "AI 심사역을 통해 개인이 업무를 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반자동적으로 업무 매뉴얼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AI 심사역으로 VC 업계 변화 꿈꾼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LG CNS 컨설턴트, LG전자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디렉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객원교수를 지냈다. 화려한 대기업 이력 사이에는 개인회생 면책 단계까지 갔던 창업가로서의 뼈아픈 실패의 경험도 있다. 2012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취미생활처럼 접했던 사업 자문은 어느새 업이 됐다. 황 대표는 "6개 회사를 말아먹은 경험이 있으니까 경험 있는 사람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업에 뛰어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2년 황 대표는 수익 생각 없이 창업자를 돕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투자업을 시작했다. 세무서 등에서도 AC 조합을 잘 모르던 시기에 조합을 설립해 10여개 기업에 투자했다. 당시 마지막에 투자했던 기업이 운 좋게도 레진코믹스였다. 황 대표는 "어떤 기업이 성공할 기업인지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알 수가 없다"며 "다만 방향에 대한 믿음은 있어야 한다"며 투자철학을 전했다.
현재 황 대표가 믿는 방향성은 IT, 특히 AI다. 그는 "소프트웨어 업종 출신이기 때문이라 그런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AI 에이전트 기술이 뭘 바꿀 수 있을지, 어떤 업계부터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사내에 도입한 AI 심사역도 업계에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포트폴리오사에서 개발 중인 AI 심사역은 현재 사내 알파테스트 중이며, 이르면 5월 중 베타테스트에 들어간다. 황 대표는 "AI 심사역이라고 지난해부터 얘기는 했지만, 우리 업계 혹은 모든 지식 노동자 업계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해주는 에이전트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다만 그 하기 싫은 일을 하나로 특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황 대표는 휴대폰으로 이메일함을 열었다. AI가 관리하는 이메일함에 이메일이 들어오면 AI가 자동으로 프로젝트 분류를 제안하고 분류한다. 사용자는 이메일함 안에서 AI 심사역과 대화를 나누며 '내용이 무엇인지, 첨부파일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할 수 있다. 같은 창에서 해당 업무와 관련된 사내 직원과도 곧바로 채팅할 수 있다. 이메일함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AI 심사역은 업무 방식을 자동으로 학습해 플레이북도 만들어낸다. 황 대표는 "일을 하는 방법, 즉 노하우라고 부르는 것들을 직원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AI에 축적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인수인계나 선임자가 후임자를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는 AI 심사역을 플랫폼화해 벤처스튜디오 형태로 키울 계획도 갖고 있다.
"AC, 1개 유니콘보다 1만개 1인 기업 지향해야"
황 대표는 AC 업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AC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는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C는 초기 단계에 적은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더라도 성과보수는 크지 않다"며 "유니콘 기업은 탄생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이를 AC가 지향해야 할 모델인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1만개 창업 기업 중 유니콘 기업이 나타날 확률과 1만개의 1인 창업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더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방향이 유니콘 기업만을 기대하는 쪽으로만 가선 안 된다"며 "밸런스 있게 다양한 분야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창업, 정확히 말하면 매출 100억원까지 성장하지 못해도 먹고 살 만한 회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매출 30억원을 내는 회사가 1만개 있는 것과 매출 1조원 회사가 하나 있는 것 중 무엇이 낫겠냐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빅뱅엔젤스는 크로스보더 AC답게 한국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C인 허브71과 파트너십 계약 직전 단계에서 중동전쟁이 터지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황 대표는 "빅뱅엔젤스가 선발한 한국 기업들을 허브71의 보육 프로그램에 입주시키는 추천권을 받는 계약으로, 한국판 작은 팁스(TIPS)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현지에 한국 벤처기업이 진출하면 투자금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중동 진출 시 통장 하나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린다면, 허브71의 모회사 소유주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도 같기 때문에 회사에도 장기 비자가 나와 훨씬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다"며 "다만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여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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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엔젤스는 플랫폼랩스의 자회사로 2012년 엔젤투자클럽으로 시작했다. 현재 13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으며 200여개의 보육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사로는 스마트팜 회사 '퍼밋', 노화 및 대사질환 AI 기업 '프로메디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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