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바뀐 고정자산·경상이익·대차대조표 홈페이지에 그대로 표기
7년전인 2007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일본식 회계용어들이 대폭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존 회계용어를 고수하는 기업들이 있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한 한 회계사는 "IR담당자나 재무책임자를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오래 전에 바뀐 회계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미 사라진 회계용어들을 사용하게 되면 국제회계기준 번역상에 오류가 생기고, 왜곡된 정보가 전달돼 정보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최근 시가총액순위 7위(약 25조)로 올라선 NAVER 는 회사 홈페이지 IR항목의 재무제표에 5개연도 재무상태표를 표시하면서 '유동자산'과 함께 '고정자산'을 표기했다. 고정자산은 2007년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없어진 용어다. '비유동자산'으로 수정해야 맞다.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회사 홈페이지 IR페이지에 지난해 1분기와 반기, 3분기와 연간 감사보고서를 모아 표시하면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표시했다. 대차대조표는 2007년 '재무상태표'로 바뀐 용어다.
현대차 는 2007년 사라진 개념인 '경상이익'을 실적 보도자료에 수치로까지 발표했다. 올 1분기(2014년 1월~3월) 경상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해 2조69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조해표 도 지난달 26일 "경상이익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경상이익은 2007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특별손익이 사라지면서 함께 폐지된 용어다. 이전엔 영업손익에서 경상손익을 구한 후 특별손익을 계산했지만 2007년부터는 기업의 계속적인 사업활동과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활동에서 발생하는 손익으로 모두 계산한 계속사업이익이란 항목으로 바뀌었다.
과거 기업들이 채무변제나 증여를 통해 얻은 수익을 자의적으로 특별손익에 반영, 경상이익을 조정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해당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민감도가 높다보니 환차익과 환차손이 반영되는 경상이익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실적자료에 경상이익도 같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직에 종사하는 한 회계사는 "기업 내부적으로 쓰는 '관리회계' 차원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다수 투자자들이 열람하고 투자에 자료가 되는 '재무회계'에서 이런 용어를 쓰게되면 정보의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도 "투자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이해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통일된 회계용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아직 과도기이고, 관행적으로 쓰던 용어가 익숙하다보니 옛날 용어가 통용되는데, 회계기준원에서는 바뀐 용어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회계담당자들이 외부감사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기업 홈페이지에 재무상황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사항도 아닌데 바뀐 용어를 쓰라고 감독하긴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오래전 바뀐 용어를 여전히 쓴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회계기준에 대해 올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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