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국민은행 전산변경 잠정보류했지만…갈등 불씨 남아(종합)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을 놓고 벌어졌던 내홍이 30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일부분 봉합됐다. 임영록 KB금융지주의 '30일 해결 최후통첩'이 일단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향후 금감원의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재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불씨는 남겨진 상태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31일 새벽 1시까지 밤새도록 격론을 벌였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수검중인 점을 고려해 검사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지난 4월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에서는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앞서 경영협의회는 기존 IBM 메인프레임 방식을 포함시켜 경쟁 입찰을 다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다.

이건호 행장은 "일단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중이니까 조금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하게 접근을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 검사 결과 추이를 보면서 추가적으로 무엇을 할건지 생각해보자"고 덧붙였다. 감사보고서 접수에 대한 질문에는 "접수가 됐다"면서도 채택여부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에 물어보라"며 확답을 피했다.
정병기 감사위원은 "감사보고서에 지적된 절차상의 하자 등을 경쟁 입찰을 통해서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금감원 검사 결정이 나면 문제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진하려던 계획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그때 가봐서 알게될 것"이라며 "일단은 보류시켜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의 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됐다. 우선 감사위원회에 감사보고서가 접수된 상태에서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이 잠정 보류됐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도 한 발짝 물러섰다. 이사회 의결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려던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당사자들은 금감원 검사결과가 확정될 때까지로 기한을 정했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라 이날 이사회 합의가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정 감사위원은 "금감원 검사 결정이 나면 문제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정이 나오면 유닉스 기종 전환이 다시 진행될 수 있고 반대의 결정이 나오면 사태 당사자들 중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주전산시스템 변경 때문에 생긴 이번 내부 갈등은 절차과정에 대한 이사들간 이견에서부터 촉발했다. 전산시스템 변경건은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지난달 24일 은행ㆍ카드 이사회를 통해 결의됐다.

그러나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은 내부 감사 결과를 통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컨설팅보고서와 내부검토 보고서 등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은 조작 정황과 시스템 변경시 우려되는 위험 등의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했지만 묵살됐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이후 이사회 의결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법원에 제출하려 했다.

임 회장은 조직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지난 22일 KB금융 11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번 문제를 이사회와 협의해 슬기롭게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당사자들간 원만한 합의에 실패해 상황은 더 악화됐었다.

임 회장은 급기야 지난 26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을 방문해 이건호 은행장, 김덕수 국민카드 사장, 윤웅원 지주 전략재무담당 부사장, 김재열 지주 최고정보책임자(전무), 정병기 감사위원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30일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원칙과 절차를 존중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에 대한 봉합 가능성이 높아졌고 31일 이사회를 통해 일부분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KB금융은 이번 내홍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고 안팎으로 그룹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는 등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또 이사들간의 불신도 커졌다. 향후 경영과 관련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에서 겪은 깊은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로 내부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지만 이번 사태로 KB금융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당사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수뇌부의 은행계좌까지 검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 향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