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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론' 돌풍보다 더 뜨거운 찬반논란

최종수정 2014.05.27 16:10 기사입력 2014.05.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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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현상과 찬반 논쟁…“선진국 사례를 전세계에 일반화, 무리”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서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1세기 자본론'이 찬반 논란도 낳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이 책의 연구 성과를 '피케티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토마 피케티가 경제 담론을 바꿔놓았다"며 "우리가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부와 불평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심이 된 주류 경제학계는 수학적인 모델로 경제현상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데 치중해 분배를 둘러싼 거대담론을 외면해왔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주류 경제학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피케티 이론은 경제학적으로 입증된 게 아니라 단지 억측이나 추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정부 보조금이나 복지 정책 등이 국민의 세후 소득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통계자료를 잘못 활용했고 나아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가공해 소득불균형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피케티가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처방으로 내놓은 '글로벌 부유세'가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서구 선진국의 추세를 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확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피케티 분석과 반박= '21세기 자본론'의 주장은 한마디로 돈이 낳는 돈이 노동으로 버는 돈보다 빨리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본수익률(return to wealthㆍr)이 경제성장률(growth rateㆍg)을 상회하면서 소득과 부가 상위층으로 편중됐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자본론'을 표방했지만 마르크스와 반대로 접근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에 돌아가는 이윤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가정을 전제로 삼았다.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20여개 서구 선진 20여개국의 지난 300년간 세금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결론을 내리고 r가 g를 앞으로도 계속 웃돌 것이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 자본론' 돌풍보다 더 뜨거운 찬반논란


이에 대해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피케티가 주장의 근거로 삼는 분석이 잘못됐다고 보도했다. FT는 그가 원자료를 인용하면서 계산 실수를 저지른 데다 의도적으로 자료를 가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케티가 활용한 원자료로 영국과 미국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불평등도가 그가 주장한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피케티는 AFP 인터뷰를 통해 "활용한 자료가 불완전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핵심 결론이 맞다는 데 대해서는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선진국 추세 일반화 무리= '21세기 자본론'은 서구 선진국의 소득분배를 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무리하게 확대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랍에미리트의 영어 언론매체 더 내셔널은 최근 사설에서 "서구 국가의 상대적인 소득이 감소하고 불평등도가 높아졌으며 최상위층의 재산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추세가 (세계경제에)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 내셔널은 "서구의 중산층과 노동계급의 임금이 정체된 것은 상당 부분 개발도상국의 중산층과 노동계급에 부가 옮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피케티가 서구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이 설명을 빠뜨렸다며 그 결과 그는 서구 자본주의의 경험을 자본주의 전체에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피케티는 서문에서 "선진국의 자료에 초점을 맞췄고 적합한 역사적인 자료가 없는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에는 선진국의 분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이 낮은 임금과 시장을 찾아 지난 수십년 동안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의 자국 내 생산 비중이 큰 폭 떨어졌다.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하는 데 비례해 본사가 위치한 나라 노동자의 임금이 늘어나지 않게 됐다.

글로벌 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화이자의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시도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의 매출과 주주구성, 고용을 지역별로 나눠 분석한 기사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미국에 본부를 둔 화이자가 고용한 전체 인원 중 미국 노동자는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그 비율이 10%대로 더 낮다. 회사가 글로벌 경영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거두더라도 본사 소재 임금소득은 전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방대한 저작, 처방은 의문= 게다가 처방의 유효성이 의문이어서, 방대한 데이터를 쌓은 노력이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케티는 글로벌 부유세를 매겨 재산 상속의 고리를 차단하자고 제안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은 조세회피처를 통한 부의 승계가 가능한 현실을 가리킨다. 조세회피처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글로벌 부유세를 부과해야만 피케티의 처방이 현실에 반영된다.

피케티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은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본주의와 시장이 민주주의에 예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효성은 세금이 정답인가 하는 측면에서도 제기된다. 자본에 덜 의존하는 가운데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면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데, 이 방법이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부유세를 물리면 세금이 더 걷히기보다는 재산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전례도 거론된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


토마 피케티는 누구

22세때 美 MIT대 교수 됐지만
수리 모델에 흥미 없어 귀국


"경제학자는 너무 종종 자신들이나 흥미를 갖는 사소한 수리적인 문제에 빠져 있다. 수학에 대한 집착은 과학성이라는 외양을 갖추는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제기하는 훨씬 복잡한 문제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토마 피케티(43)는 '21세기 자본론' 서문에서 "미국 경제학계의 연구에 수긍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학계는 설명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도 망각한 채 순수하게 이론적인 결과를 쏟아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경제학계의 신예(新銳) 피케티는 22세 때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미국 MIT대학 교수가 됐지만, 이런 한계를 절감하고 3년 뒤 프랑스로 돌아왔다.

피케티는 이후 자신의 관심사이자 미국 경제학계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주제인 소득분배를 파고든다. 그는 프랑스의 1901년부터 1998년까지 통계를 분석해 '20세기 고소득자: 불평등과 재분배 1901~1998'을 썼다. '21세기 자본론'은 이 책의 틀을 더 장기에 걸쳐 여러 나라에 대해 확장한 성과다.

현재 파리경제대학 교수인 피케티는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 실용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공산당에 매료되는 세대가 아니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자본주의와 불평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때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경제자문을 맡기도 했다.

피케티는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다. 노동운동에 참여한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좌파 성향을 지니게 됐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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