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만 해도 당 관계자 대다수가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질문에 "서 의원이 안 나서면 황 대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 23일 뚜껑을 열어보니 정 의원의 압승이었다.
투표 9일전까지만 해도 당 대표였던 황 의원이 비주류인 정 의원에게 완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 참사 여파가 주류 친박 진영을 위축시켰다는 일반적 분석과 달리 이번 결과에는 여러 뒷배경이 있다.
맨 먼저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황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 거부다. 인천(연수)에서 내리 5선을 한 황 의원은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호감도도 높다. 때문에 6ㆍ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당 안팎으로부터 끊임없이 출마요구를 받아왔다. 그가 주재하는 공개 회의에서 출마를 요구한 인사도 있었다. 황 의원은 이런 요구를 끝내 뿌리쳤다. 그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 모두가 출마 거부 이유를 국회의장 도전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본선 경쟁력이 가장 큰 황 의원의 불출마로 당은 결국 경기도 김포에 지역구를 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차출했다.
국회선진화법도 이번 결과에 큰 몫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초ㆍ재선 의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의 골칫거리다. 이 법을 주도한 게 황 의원이다. 황 의원이 대표 임기 막바지에 법안 수정을 약속하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의원들은 전반기 국회의 저조한 입법 성적표를 황 의원 탓으로 돌린다. 한 재선 의원은 "정 의원이 선진화법에 반대표를 던진 반면 황 의원은 주역이란 점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의 꾸준한 스킨십도 역전극의 배경으로 꼽힌다. 황 의원이 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은 측근 의원들을 활용해 득표전을 벌인 반면 정 의원은 직접 개별 의원들을 접촉한 점이 대량 득표를 이끌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올 초부터 소속 의원 전원을 두세 차례 이상 직접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지방선거 지원 차 지역에 내려가 있는 의원들을 찾아 전 지역을 순회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오랜 기간 준비하며 의원들을 여러 번 만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의원이 성품도 온화하고 원칙주의자로, 부의장을 하면서 좋은 평을 받았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황 의원이 당내 의원들에게조차 인기를 잃은 반면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평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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