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떠들면 진다, 가만히 악수…'정숙보행 선거'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유세 첫날, 후보자와 현장 돌아보니…

"세월호 사고도 있었으니 시끄럽게 유세하지 않았으면…"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왼쪽)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오른쪽)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이장현 기자, 최동현 기자]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유세 기간 첫날인 22일 각 수도권 지역 후보자들은 일제히 선거운동에 들어갔지만 대부분 '조용한 유세'로 행보를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이뤄졌던 과거의 선거운동과 비교하면 세월호 침몰사고를 이후로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경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첫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2동에 위치한 시범중산아파트를 방문했다. 소란스러운 유세 활동 대신 '안전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정 후보는 인근 지역을 돌아보며 주민과 대화를 나눴고 직접 노후 아파트 내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1번 출구 앞에 홀로 서서 출근길의 시민과 인사를 나누는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가 앞서 밝힌 대로 유세차나 로고송, 율동, 확성기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경기도에서도 '조용한 선거'가 이어졌다. 도지사에 출마한 남경필 새누리당,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두 후보는 로고송과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유권자 역시 후보들의 유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원역을 찾은 남 후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건투를 빈다"면서도 "세월호 사고도 있었으니 시끄럽게 유세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 후보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연세 드신 분들은 조용한 지지를 보내셨고 젊은 층의 무관심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첫 유세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후 경기 안양시를 찾아간 김 후보도 조용하게 유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시장에서 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상인들과 일일이 만나 악수를 나눴다. 두 후보는 모두 당분간 로고송과 확성기를 활용한 유세를 자제할 예정이다.

일부 유세 현장에서는 "조용히 좀 하라"는 시민의 경고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정 후보가 용산을 찾았다는 소식을 알고 현장에는 20여명의 중년 지지자들이 '용산국제업무단지사업 재추진 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모여 "용산개발 정몽준"이라며 크게 구호를 외쳤다. 이에 정 후보가 아파트 내부로 들어간 사이 건너편 아파트의 창문에서 한 여성이 "조용히 좀 해라.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세월호 때문에 난리인데, 조용히 해"라고 고함을 쳤다. 그러자 지지자 무리 속에 있던 한 중년 여성도 "시끄러"라고 맞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공식 선거유세 첫날인 이날 유세차에 탄 건 정 후보가 유일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영천시장과 중구의 한 아파트 상가, 신촌 그랜드마트 앞 등에서 유세차에 올라 수백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펼쳤다. 조용하게 '안전' 행보를 이어갔던 오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