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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불황에 세월호 참사까지…달라진 소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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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영역파괴' 현상=#직장인 박소은(33ㆍ여)씨는 20일 키엘 수분크림을 사기 위해 백화점 대신 집 근처에 위치한 이마트 분당점을 찾았다. 최근 이마트에서 키엘 제품을 병행수입해 싸게 판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박 씨는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 3통을 한 번에 구매했다. 가격은 총 9만3600원.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약 25%(2만3400원) 저렴하게 산 것이다. 그는 "같은 상품인데 굳이 백화점에서 살 필요가 없다"면서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짧지 않기 때문에 저렴할때 한번에 구입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진영(23ㆍ여)씨는 여름옷 구매하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방문했다가 이니스프리에서 화장품도 함께 샀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를 판매하는 6층에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도 함께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의류 매장 바로 옆에 화장품 코너도 있길래 마스크팩을 구입했다"면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시장에서 판매채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고가(高價) '마트 화장품=저가(低價)'라는 공식이 깨진지 오래다. 최근 들어서는 백화점에서 중저가 화장품브랜드의 성장이 고공행진이다. 마트 역시 병행수입한 수입화장품의 판매 속도가 빠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6층에 위치한 오렌지숍의 1~5월 매출이 전년(8~12월)대비 36% 늘었다. 오렌지숍은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등의 중저가 화장품브랜드가 모여있는 공간이다. 오렌지숍은 백화점이 20~30대 여성고객을 늘리기 위해 패션과 화장품을 함께 둬 연관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개장한 매장이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바닐라코와 스킨푸드 판매도 긍정적이다. 1~5월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늘어난데 반해 바닐라코와 스킨푸드는 각각 10%, 7.3%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돼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 베라 92% 수딩젤이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사이에서 '상비약'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수입화장품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월 말에 키엘 제품 4000여개, 클라란스 제품 5000여개, 버츠비 제품 1만여개를 수입, 20일까지 약 70%가 팔렸다. 가격은 백화점 시중가보다 20~25% 저렴하다. 지난해 11월 랑콤 '제니피크 세럼'을 2000여개를 병행수입으로 들왔을때도 한 달만에 모두 팔렸다. 이마트는 주요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장 조사 중이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에서는 비오템, 바이오더마 등 20여종의 병행수입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더마 클렌징 워터(500ml) 가격은 시중가보다 25% 저렴한 2만8490원에, 랑방 에끌라(30ml) 향수는 백화점 판매가 대비 절반 가량의 가격인 2만9900원에 판매 중이다.

임지현 빅마켓 H&B(home & beauty) 상품기획자(MD)는 "랑방 향수의 경우 3개월을 소진 기간으로 잡고 물량 주문을 했는데, 한달 만에 다 팔려 추가 물량을 들여온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장품 판매 채널의 경계가 사라진데는 불황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한정된 돈으로 최대한 좋은 품질을 구입하는데 지갑을 열고 있다. 성장 정체기인 백화점의 경우, 브랜드 입점 문턱을 낮추고 중저가 상품의 구성을 늘려 젊은층을 유입하려는 의도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몇년전만 해도 중저가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하는데 어려움에 많았다"면서 "스마트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도 눈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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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상품' 바람=패션시장에서 기부형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분위기와 착한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윤리적 패션'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여성복브랜드 구호(KUHO)에서 진행 중인 '하트 포 아이(HEART FOR EYE)' 기부티셔츠는 지난 8일 출시 이후 일주일만에 일부제품이 다 팔렸다. 이는 지난해 캠페인 당시보다 2배 이상 빠른 판매 속도다. 올해는 특히 이 티셔츠가 가족룩으로 인기가 높다. 티셔츠 한 장 가격이 10만원에 가까운데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하트 포 아이' 캠페인은 구호에서 2006년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캠페인 티셔츠 판매 수익금 전액이 시각장애 어린이의 개안수술 기금으로 기부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회 캠페인을 통해 총 233명의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사시교정수술, 의안삽입수술 등을 받았다.

윤정희 구호 팀장은 "구호가 여성복 브랜드이어서 그동안은 여성용 제품의 판매율이 높았지만 올해는 남성ㆍ아동ㆍ여성용 등이 세트로 잘 팔리고 있다"면서 "특히 유투브로 공개된 화보 촬영 비하인드 영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고 한 개그맨 이휘재씨의 발언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투세븐 알로앤루의 '러브 이즈 펀' 캠페인은 러브 티셔츠 판매수익금 일부를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사랑기부 캠페인이다. 이 러브티셔츠는 출시한지 한달만에 전체물량의 70% 판매가 완료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남성 캐주얼 시리즈의 문화ㆍ예술후원프로그램인 '2014 웜하트 캠페인' 티셔츠도 반응이 긍정적이다. 2011년 시작된 웜하트 캠페인은 문화 예술 발전에 동참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벤트로, 올해에는 시각 장애우의 예술 활동을 돕는 비영리단체 '우리들의 눈'을 후원한다. 수익금 일부는 소외된 문화 예술 활동을 돕는데 사용된다.

코오롱FnC 부문 관계자는 "최근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리적인 방법으로 옷을 제작하거나 판매 수익을 기부하는 브랜드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뿐 아니라 상품을 통해 가족애를 나누고 기부에 대한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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