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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설립 2주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위안부 고통 느껴지는 듯"

최종수정 2014.05.18 17:04 기사입력 2014.05.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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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관람 방식으로 지난해 누적 방문객 1만5000명…일본 인권단체도 찾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외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노란색 나비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외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노란색 나비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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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노란색 나비들이 둘러싸고 있는 짙은 회색빛 건물이 있다. 이곳은 올해로 설립 2주년을 맞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역사를 알리고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2012년 5월 세워졌다. 박물관 담벼락을 수놓은 노란 종이나비들이 가장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와 여성을 상징하며, 이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의 날개짓을 하길 바라는 염원이 녹아있다.

17일 방문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주말을 맞아 20여명의 방문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곳은 보고 듣고 체험하며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특별하다.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두터운 철문을 열자 좁은 돌길이 펼쳐졌고, 포화소리와 군홧발 소리가 귀를 울렸다. 왼쪽 벽에는 어린 소녀들의 그림자가, 오른편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과 손을 본뜬 조각품이 보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피해자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박물관 지하 1층을 걸음을 옮기자 위안소를 상징하는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피해자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긴 화면이 나왔다. 1991년 국내 처음으로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영상과 증언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졌다. "산 증인이 있는데 없다는 소리가 말이 되나. 안 나타나서 그렇지, 부끄러워 말을 못하는 것이지 (피해자들이) 많다. 일장기만 봐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김 할머니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다 1997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등학생 관람객들이 계단을 올라가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호소의 벽'을 관람하고 있다.

고등학생 관람객들이 계단을 올라가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호소의 벽'을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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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일명 '호소의 벽'이 있다. 이곳에는 피해자들의 아픔과 한이 뒤섞인 말들이 새겨졌다. '내가 살아남은 게 꿈같아. 꿈이라도 너무 험한 악몽이라'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예요' '한마디라도 진실한 사죄의 말을 듣는 게 소원이에요' 피해자들의 절절한 탄식과 호소에 마음이 무거워진 듯 관람객들은 쉽게 걸음을 떼지 못했다.

박물관 2층에는 위안부 제도의 실체와 피해자들의 참혹했던 삶,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활동 등이 담긴 기록들이 전시됐다. 어느 일본 군의관이 위안부 성병검진에 관해 쓴 글과 위안소에 간 일본군의 일기도 눈에 띄었다.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소녀상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위안부 피해자 30여명의 관련기사와 영상을 관람한 후에는 볕이 환하게 드는 곳에 자리 잡은 '추모관'으로 발을 옮겨 생을 마감한 이들에게 헌화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패전 후 살해당하거나 버려져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희생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함께 기리고 있다.
2층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다.

2층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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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으로 내려가자 세계 각국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알리는 전시와 함께 가수 밥 말리 원곡의 'No Women, No Cry(여성이여, 울지 말아요)'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관람객은 하나같이 숙연한 표정이었다. 이지영 박물관운영팀장은 "오늘만 1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연령에 상관없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누구나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인권단체 소속 50여명이 단체 관람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을 찾은 김채린(19)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제 몇 분 남지 않으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위안부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며 "학생들도 위안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일본정부가 각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1층에서는 전쟁과 여성인권, 평화에 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후에는 앞뜰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에서는 전쟁과 여성인권, 평화에 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후에는 앞뜰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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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추진한 모금활동을 시작으로 9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설립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박물관 내 '기부자의 벽'에 이들의 명단을 일일이 새겼다. 지난 5일 건립 2주년을 맞은 박물관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별도의 기념행사는 열지 않았다고 한다.
윤미향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장은 "박물관 설립은 우리 아이들이 폭력과 고통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이러한 뜻이 전해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고 학생들이 꾸준히 박물관을 찾아와 보람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현장학습 등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서 작게는 마포구, 크게는 서울이 평화마을로 불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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