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캔들부터 유명인사의 사생활까지 '증권 찌라시'에 담긴 이야기들은 솔깃하다 못해 강렬하다. '왜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에 맥을 못 추는가 ?' 미국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저술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스토리를 추구한다"고 분석한다. 소설을 읽으며 울고 웃는 이유도 사람에게 이같은 본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여러 과학 실험에서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진화생물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최신 연구를 통해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능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소설,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광고, 게임, 교육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힘이 세다.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실례로 미국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일으킨 파장을 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에서 노예 엘리자가 다른 농장으로 팔려갈 처지에 놓인 아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내용으로 노예제도의 잔혹상을 폭로해 미국 북부에서 노예제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역사가들은 '순수 혈통 민족'에 대한 히틀러의 그릇된 이상이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에서 빚어졌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가령 게임산업에서도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성패를 결정한다. 블리자드나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 수준은 A급 영화에 비견될 정도다. 완성도 높은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될 만큼 스토리라인이 탄탄하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산업은 고용 등 산업 연관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게임 하나가 만드는 경제적 파급력이 높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스토리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관광, 쇼핑, 일반 상품 역시 스토리는 매우 중요하다. 각종 마케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신화 역시 스티브 잡스라는 스토리가 더해져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는 비록 각종 문화상품의 기본요소이면서 그 자체가 독자적인 산업화로 나아가고 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마법에 빠지듯 이야기를 탐닉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말 그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 든다. 이야기는 개인의 신념을 형성하고, 사회에 공통의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매우 귀중한 삶의 기술이기도 하다.
오늘날 디지털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폭식할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유통되고 있다. 그 중에는 게임중독과 같은 부정적인 문제도 양산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스토리텔링의 힘을 어떻게 써야할 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조너선 갓셜 지음/노승영 옮김/민음사 출간/값 2만2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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