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이후 국정운영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어 선거전에 내각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지방선거가 정권과 정부의 중간평가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두고 내각교체를 할 경우 국정운영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당장은 사고수습과 구조대책이 중요한 시점에서 당장의 내각총사퇴나 부분교체는 성급하지 않느냐는 게 중론이었다.
해석에 따라서는 사고수습이 최우선으로 중요했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불만이 가중되고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모든 걸 책임지고 사퇴해 사태를 일단 봉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거 전에는 정 총리 혼자만 사퇴하고 선거 이후에 대대적인 개각이 있을 거라는 '2단계 개각설'이 제기된다.
정 총리 개인으로서는 이번 사고수습 과정에서 내각총책임자이나 책임총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총리는 사고발생 직후부터 사고수습과 대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점을 총리실을 통해 밝혀왔다. 정 총리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공식 방문하고 귀국 중이던 16일에 급유를 위해 중간 기착한 태국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에서 사고상황을 긴급히 보고받고 전화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17일 무안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가 피해자 가족의 항의를 받아 겉옷 상의가 벗겨지고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20일에도 청와대를 항의방문하려는 실종자가족과 면담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총리가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나려 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차량을 막아서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정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초대 책임총리로서 취임 1년 2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목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중도사퇴하면서 갑작스럽게 지명돼 새 정부 출범 다음 날인 지난해 2월26일 새 정부 초대 총리에 취임했다. 평가는 대체로 50대 50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을 통할하고 대내외 각종 현안을 적기에 대응했다는 점 등은 높게 평가된다. 반면에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책임총리제라는 잣대로 보면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적극적이었는가에서는 '물음표'가 많다.
총리실이 내놓은 '정 총리 취임 1년 성과'자료를 보면 정 총리는 지난 1년간 국무회의에 48회 참석했고 이 중 34회를 주재했다. 국무회의를 통해 법률공포안 766건, 법률안 265건, 대통령령안 809건 등 총 2024건이 처리됐다. 세종과 서울청사 간 영상회의는 총 11번이 열렸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총 31회가 개최돼 99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연간 52일의 토요일 가운데 30여일을 민생과 정책현장을 돌아보는 데 썼다. 당ㆍ정ㆍ청 정책협의회는 총 16회가 개최됐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책임총리제는 헌법이 정한 대로 총리에게 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할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정 총리는 박근혜정부 조각 과정에서 총리의 권한인 각료 제청권을 모두 행사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할 때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모두 행사했다. 내각 통할권자로서 행정부를 대표해 2차례(국정원 댓글ㆍ철도파업)의 대국민담화도 발표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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