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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공간으로 전국에 이름난 제천 ‘공전역’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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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목공예가 만나 우드트레인(Woodtrain)으로 거듭나…부근에 문화재, 관광지, 영화촬영지 등 볼거리 가득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 기차가 지날 때 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가수 이규석씨의 히트곡 ‘기차와 소나무’란 노래 가사의 일부분이다. 소박함, 한가로운 맛 이 물씬 나는 서정적 가요로 1988년 이규석의 데뷔곡이다.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힐링공간이 충북 제천시 봉양읍 안에 있어 인기다. 전국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공전역(公田驛)이 바로 그곳이다. 공전역은 지방의 조그만 간이역에 머물지만 큰 도시에 있는 정거장 못잖게 이름나 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의암로 698번지에 자리 잡은 이 역은 충북선의 무인간이역(☏1544-7788)이다.

‘공전역’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뭣보다도 부근에 영화 촬영지가 있고 선조들의 삶과 족적을 돌아볼 수 있는 유적지와 문화재, 관광지가 가득하다.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이 많다는 얘기다.

◆공전역의 과거와 현재=먼저 공전역의 발자취와 현주소부터 더듬어보자. 공전역은 제천시의 북서쪽에 있는 작은 간이역으로 1959년 1월1일 보통역으로 문을 열었다.

주로 충주와 제천을 통학하는 학생들과 장을 보러나가는 주민들로 한해 1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규모가 꽤 큰 역이었다.

그러나 농촌인구가 갑자기 줄어들고 학생감소 육로교통과 자가용 이용이 많아지면서 이용객이 없어 2008년 12월 열차가 서지 않는 역으로 전락했다.
이에 앞서 1988년 1월1일 소화물 취급을 멈췄고 1994년 1월20일 관리역인 부근의 삼탄역에서 원격제어로 철도업무를 봤다. 2006년 10월1일엔 차내 취급역, 2007년 12월21일 무배치간이역으로 지정됐다.


거의 반세기 가까지 철길로 민초들의 만남과 이별의 꿈틀대는 현장으로서 역할을 해오다 쉼표를 찍게 된 것이다.

열차 손님들이 타고 내리는 플랫트 홈엔 잡풀이 자라고 역 건물은 4년간 방치돼 오다 2012년 한 목공예가를 만나 우드트레인(Woodtrain)이란 힐링공간으로 거듭 태어나 인기명소가 되고 있다.

우드트레인은 과거 기차역을 최대한 살려 대합실 자리는 카페와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역무실은 작가의 작업실로 이름만 바꿨을 뿐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우드트레인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치원생들과 어린이는 물론 동심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어른들도 찾는 휴식공간이 됐다. 주위의 정적인 풍경은 수 십 년 전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드트레인에서 즐길 수 있는 2가지 경험=우드트레인에 가면 2가지 큰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자양영당(紫陽影堂) 투어다.

이곳에서 봉양읍 사무소 쪽으로 약 2km를 가면 조선후기 성재 유중교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았을 때 유인석 장군이 8도에 통문을 돌려 600여 유림으로 의병을 일으킨 자양영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엔 ▲성재 유중재 선생의 고택 ▲화동강목 판목각 260편 ▲자양서사를 비롯해 제천의병전시관엔 ▲제천의병의 출범과 활약도 ▲제천의병의 시련 ▲고서와 유품 80여 종, 2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마당 한 켠엔 제천의병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또 하나는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진소천철교)가 이곳 공전역과 삼탄역 사이에 있다.

2000년 새해 첫날 개봉된 이 영화에서 설경구(주인공 영호)가 달려오는 기차를 등지고 두 팔을 쫙 벌리며 절규하듯이 외치는 ‘나 돌아갈래!’란 대사는 여러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쓰이고 있을 만큼 명대사 중 한 장면으로 꼽힌다.

‘박하사탕’의 첫 장면인 ‘야유회 1999년 봄’과 마지막 장면인 ‘소풍 1979년 가을’을 찍은 곳인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진소마을도 이름 나있다. 강변엔 영호 친구들이 대중가요 ‘나 어떡해’를 흥겹게 부르고 철교 밑으로 강물이 반짝이며 흘러가는 곳, 주인공이 첫사랑 순임과 강변을 거닐며 서로 수줍게 눈길을 마주치던 그림 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애련리란 지명도 예사롭지 않다. 진소천변 진소마을은 ‘박하사탕’ 촬영지로 알려지기 전엔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은 마을 앞으로 철길이 나 있어 기차 다니는 소리로 시간을 가늠할 정도로 오지였다.


◆‘박하사탕’ 촬영지, ‘우드트레인 공전역’ 찾아가는 법=이곳은 대중교통으로도 가긴 힘들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IC)으로 들어가 충주방향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박달재터널을 지나 광장휴게소를 지나 내려가면 오른쪽에 ‘박하사탕 촬영지’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작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길을 모르겠으면 백운면 소재지로 찾아가 동네사람들에게 ‘애련리 가는 길’을 물으면 된다. 아니면 백운면 소재지에서 큰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지도엔 잘 나와 있지 않은 길이니 헤매지 말고 마을사람들에게 묻는 게 상책이다.

우드트레인 공전역은 제천에서 충주 쪽으로 가다가 박달재 아래 원박리에서 좌회전하면 이를 수 있다. 자동차로 제천에선 25분, 봉양역에선 15분, 서울에서도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부근에 울고 넘는 박달재, 배론 성지, 탁사정 등 이름 있는 관광지들도 곳곳에 있다.

완연해지고 있는 봄, ‘기차가 서지 않는 공전역’으로의 힐링여행은 어떨까.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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