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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회의원 사고현장 방문 꼭 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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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진도 여객선이 침몰한 지 만 이틀이 지났다. 흘러간 시간이 무색하게 세월호는 여전히 바다 속에서 미동도 않고 있다. 다만 배 주변이 소란스러울 뿐이다.

사고 현장은 혹시라도 모를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을 두고 구조 작업에 한시를 다투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 급박한 현장에 자꾸만 정치인의 발이 오간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앞다퉈 '현장 방문'이란 명목으로 진도를 찾았다. 현역 의원뿐 아니라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 출마자는 기자들에게 '진도 사고 현장으로 급히 가고 있다'며 홍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결국 논란거리가 생겼다.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해군 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들러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현장에는 사고 해역을 확인하도록 해달라는 경기 안산 단원고 학부모의 요청이 빗발쳤다고 한다. 해경 측은 안전상의 문제로 다 태울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보좌관 3명까지 동반해 경비정에 올랐다. 선상 위에서 찍힌 사진이 공개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억울한 오해'라며 당장 해명에 나섰다. 해당 경비정에는 이 의원 일행뿐 아니라 16명의 구조요원, 학부모 2명 등이 승선했고, 왕복 5시간에 걸친 '험한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당 대변인은 "어떤 의원이 그 밤중에 비를 맞고 풍랑을 헤치면서 5시간에 걸쳐 현장을 다녀오겠나"라며 "학부모들이 하소연을 해서 가슴 아픈 마음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명자료에 따르면 실제 사고 지점에서 이 의원이 머무른 시간은 고작 30분이다. 거센 조류에 해군 특수부대원도 쉽사리 구조작업을 하지 못하고 애가 탄다는 어두운 바다에서, 이 의원은 과연 무얼 하고자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밤에 비바람을 헤쳤다는 해명도 24시간을 극도의 긴장 속에 자녀 소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현장을 찾아 "1분 1초가 급하다"고 말했다. 정작 정치인의 방문이 그 '귀한 1초'를 뺏고 있진 않을까.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찾아오는 의원들에게 매번 현장 상황을 보고하느라 정작 구조 작업에 집중해야 할 실무자에겐 민폐가 될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혹여나 벌어질 '정치인 의전'에 피해자 가족의 고통이 더 심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그렇잖아도 긴급한 현장의 구조 활동에 방해되는 행위는 일절 자제하고, 위기상황일수록 각자의 정위치를 지키면서 사후대책을 논하는 등 정치권의 자숙이 필요한 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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