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은 혹시라도 모를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을 두고 구조 작업에 한시를 다투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 급박한 현장에 자꾸만 정치인의 발이 오간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앞다퉈 '현장 방문'이란 명목으로 진도를 찾았다. 현역 의원뿐 아니라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 출마자는 기자들에게 '진도 사고 현장으로 급히 가고 있다'며 홍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억울한 오해'라며 당장 해명에 나섰다. 해당 경비정에는 이 의원 일행뿐 아니라 16명의 구조요원, 학부모 2명 등이 승선했고, 왕복 5시간에 걸친 '험한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당 대변인은 "어떤 의원이 그 밤중에 비를 맞고 풍랑을 헤치면서 5시간에 걸쳐 현장을 다녀오겠나"라며 "학부모들이 하소연을 해서 가슴 아픈 마음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명자료에 따르면 실제 사고 지점에서 이 의원이 머무른 시간은 고작 30분이다. 거센 조류에 해군 특수부대원도 쉽사리 구조작업을 하지 못하고 애가 탄다는 어두운 바다에서, 이 의원은 과연 무얼 하고자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밤에 비바람을 헤쳤다는 해명도 24시간을 극도의 긴장 속에 자녀 소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현장을 찾아 "1분 1초가 급하다"고 말했다. 정작 정치인의 방문이 그 '귀한 1초'를 뺏고 있진 않을까.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찾아오는 의원들에게 매번 현장 상황을 보고하느라 정작 구조 작업에 집중해야 할 실무자에겐 민폐가 될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혹여나 벌어질 '정치인 의전'에 피해자 가족의 고통이 더 심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그렇잖아도 긴급한 현장의 구조 활동에 방해되는 행위는 일절 자제하고, 위기상황일수록 각자의 정위치를 지키면서 사후대책을 논하는 등 정치권의 자숙이 필요한 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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