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일 동안 미국과 일본 4차례 오가며 셔틀 경영, 귀국과 함께 삼성그룹 '마하경영' 본격화 전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전용기편으로 김포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월 11일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지 96일만이다. 이 회장은 96일 동안 4차례에 걸쳐 일본과 하와이를 오가며 경영구상 및 경영현안 등을 챙겨왔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96일간의 장기 해외 출장길에서 돌아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여객선 사고가)안타깝다"는 말이었다.
1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오후 3시 30분경 전용기편으로 귀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등이 나와 이 회장을 마중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이 회장이 입국장을 통과하자 진도 인근의 여객선 사고와 관련해 보고했다. 이 회장은 보고를 듣고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96일 동안 일본에 들른 횟수는 총 4차례에 달했다. 통상 이 회장은 하와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한 뒤 일본에 들러 지인들과 경영 구상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정리한다. 4차례에 걸친 일본행은 지난해부터 이 회장이 경영진에게 주문한 '마하경영'을 통한 삼성그룹의 체질 변화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체류가 길어지자 지난 2월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패션부문) 등 가족들이 하와이를 찾아 이 회장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며 이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귀국장에서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팔을 흔들며 "보시는 대로 괜찮다"고 말하며 건강 이상설을 불식했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96일 동안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반의 사업을 챙기는 한편 각종 국제 행사들을 직접 챙겼다. 이 회장을 직접 찾아 경영현안을 보고하고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직전에도 이 회장을 찾는 등 한국과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삼성그룹 계열사의 합병 및 그룹 현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 CEO들의 보고를 받으며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마하경영과 사업재편 작업을 직접 챙길 전망이다.
마하경영은 이 회장이 2002년 "제트기가 음속의 두 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라고 강조한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마하경영을 토대로 전 부문의 사업 경쟁력 재고에 나서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이 시스템LSI의 부진을 근거로 '반도체 사업 위기'를 임직원에게 강조하는 등 세계 1위 사업이라 해도 잠시의 방심이 자칫하면 회사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위기감을 심고 있다.
전자계열사 및 비전자계열사는 사업재편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 회장의 귀국에 따라 사업재편 작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 전망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결정을 내렸고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도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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