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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자산운용사가 북촌에 자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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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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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은 '여의도 시대'를 끝내고 북촌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북촌 사옥은 산자락에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물론 공기와 경치가 좋은 것이 사옥을 이전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은 여의도에 있어야 할 자산운용사 사옥이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것이 신기하고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자산운용사는 꼭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한다. '한국거래소가 여의도에 있으니까 증권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도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어쩌면 고정관념이 아닐까.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그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월스트리트에 몰려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뉴욕에 집중돼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다. 굳이 거래소 근처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북촌으로 이사 온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독립성이다. 고객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자산운용사에서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과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회사나 특정인의 이익이 고객의 이익보다 앞서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이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은 자산운용사의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실제로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은 영업이 안돼서라기보다는 평판(Reputation)의 손상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려서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립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객우선주의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생각과 시스템이 완전히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회사와 고객의 이익이 상충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출시하지 말아야 할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결국 출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펀드는 현재 유행한다고 해서 또는 잘 팔린다는 이유로 출시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판단이 설 때만 팔아야 한다. 또한 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더 이상 투자를 받으면 안 된다. 수익률이 영향을 끼치게 되면 고객의 이익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자산운용사 간 가장 큰 차이를 꼽는다면 조직문화일 것이다. 한국 회사의 조직문화가 훨씬 더 경직돼 있고 권위적이다. 제조회사라면 몰라도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로서 좋지 않다. 직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보는 회사에서 고객의 이익은 뒷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직원이 심지어 사장의 지시나 의견이라 할지라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메리츠자산운용에 온 뒤로 팀장과 본부장 직위를 없앤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금융회사는 수평적인(flat)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여러 중간관리자를 거쳐 상향식으로 보고하는 관례가 경직되고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이를 과감히 뜯어고쳤다. 그에 따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창의성(creativity)까지 극대화할 수 있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 가장 나가기 싫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이 회사에 오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먼저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회사에 오기 싫은 직원의 머릿속에는 고객의 이익이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이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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