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수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다 성공해 부모에게 집을 사줬다는 아이돌 스타의 미담이 종종 회자된다. 그 미담은 라면을 먹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다는 대목에 이르러 장한 인간승리로 승화되기 일쑤다. 어린 나이에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아이돌 성장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성공 이데올로기다. 이런 과정에서 기획제작사는 연예계 진출을 원하는 청소년에게 고액의 비용을 요구하거나 초기 투자 비용 회수 목적으로 장기간 계약관계를 유지해 물의를 빚는 일도 허다하다. 특히 기획제작사와 K팝 스타 간에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분쟁, 즉 노예계약 논란이 그 사례다.
아이돌 그룹 강세가 유독 한국적 현상인 이유는 특수한 환경 덕분이다.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를 훈련, 데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쉽지 않다. 영국의 경우 1963년 '아동 및 미성년자에 관한 법'이 제정됨에 따라 미성년자가 공연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미성년자의 성인 연예활동을 규제한다. 따라서 연습생들은 전혀 없으며, 다양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시장이 육성한 가수의 발굴 과정을 거친다. 별도의 육성 비용도 많지 않는다.
따라서 K팝 가수 육성의 기존 공식을 해체한 새로운 스타일의 제작 시스템이 절실하다. 또한 계약 불평등, 미성년자의 상업적 공연 등의 봉건적 환경에 대해 개혁이 요구된다. 이는 삶의 감정과 정서, 여흥을 추구하는 행복산업의 어두운 그늘을 제거해야만 세계 시장에서 K팝이 지속적으로 각광받을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한국의 아이돌은 지나치게 댄스 위주로 육성되는 등 상업적 목적이 뚜렷하다. '사육(?)된 청소년'인 아이돌이 제작사의 기획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유는 공교육을 통해 육성ㆍ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제작사가 담당하도록 방치된 까닭이다. 이는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 육성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당연히 본전을 뽑으려는 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형 신인을 발굴하는 오디션 주체가 바로 '기획형 가수'를 육성하는 이들이란 점이다. 장소와 방법만 바꿔 연단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문화권력의 행세를 그대로 하고 있다. 결국 이들에게 오디션 방식의 신인가수 발굴까지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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