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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지속가능한 K팝, 스타 육성 시스템 변화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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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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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K팝' 가수를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요즘 노래 잘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에 다들 놀란다. 오늘날 한류는 'K팝' 이 주도한다. 특히 K팝 스타는 유럽에서조차 인기가 높다. 그동안 K팝 스타 육성은 사전 기획에 의한 가수 조기 발굴-장기 훈련-프로듀싱을 거쳐 데뷔라는 기존 공식에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져 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다 성공해 부모에게 집을 사줬다는 아이돌 스타의 미담이 종종 회자된다. 그 미담은 라면을 먹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다는 대목에 이르러 장한 인간승리로 승화되기 일쑤다. 어린 나이에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아이돌 성장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성공 이데올로기다. 이런 과정에서 기획제작사는 연예계 진출을 원하는 청소년에게 고액의 비용을 요구하거나 초기 투자 비용 회수 목적으로 장기간 계약관계를 유지해 물의를 빚는 일도 허다하다. 특히 기획제작사와 K팝 스타 간에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분쟁, 즉 노예계약 논란이 그 사례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짧다. 수명이 5년을 넘어가는 아이돌 그룹은 극히 드물다.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물의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을 육성하는 기획사들은 우후죽순으로 범람한다. 일부 투기화된 측면도 있다. 이게 다 K팝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아이돌 그룹 강세가 유독 한국적 현상인 이유는 특수한 환경 덕분이다.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를 훈련, 데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쉽지 않다. 영국의 경우 1963년 '아동 및 미성년자에 관한 법'이 제정됨에 따라 미성년자가 공연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미성년자의 성인 연예활동을 규제한다. 따라서 연습생들은 전혀 없으며, 다양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시장이 육성한 가수의 발굴 과정을 거친다. 별도의 육성 비용도 많지 않는다.

따라서 K팝 가수 육성의 기존 공식을 해체한 새로운 스타일의 제작 시스템이 절실하다. 또한 계약 불평등, 미성년자의 상업적 공연 등의 봉건적 환경에 대해 개혁이 요구된다. 이는 삶의 감정과 정서, 여흥을 추구하는 행복산업의 어두운 그늘을 제거해야만 세계 시장에서 K팝이 지속적으로 각광받을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한국의 아이돌은 지나치게 댄스 위주로 육성되는 등 상업적 목적이 뚜렷하다. '사육(?)된 청소년'인 아이돌이 제작사의 기획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유는 공교육을 통해 육성ㆍ발굴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제작사가 담당하도록 방치된 까닭이다. 이는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 육성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당연히 본전을 뽑으려는 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다수 신생 제작사는 선도기업에서 탈락한 인력이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을 주축으로 시장 진입을 추구하는 형태도 전 소속사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성장한 신인들을 발굴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 아이돌 스타 육성방식을 변화시킬 대안일 수 있다. 지난해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몽골 남매(악동뮤지션)'가 10대들의 발랄한 정서를 담은 자작곡을 들고 나와 큰 호응을 받는 것이 한 선례다. 이들은 기획사형 아이돌 스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갖추고 있어 K팝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형 신인을 발굴하는 오디션 주체가 바로 '기획형 가수'를 육성하는 이들이란 점이다. 장소와 방법만 바꿔 연단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문화권력의 행세를 그대로 하고 있다. 결국 이들에게 오디션 방식의 신인가수 발굴까지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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