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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정의와 효율, 경제 문제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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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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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의 선물은 강(江)이다. 여기서 고대문명이 출발했고, 그로부터 인류문화가 발전을 거듭해 온 까닭이다. 그러나 강은 축복이자 재앙의 두 얼굴을 가졌다. 강의 범람으로 인류는 수많은 재해를 경험했고 막대한 희생을 지불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제방을 쌓고 물의 흐름을 관리하는 치수사업은 인류의 중대한 과제였다.

경제도 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경제흐름은 인류에게 수많은 혜택을 제공한 반면 때로는 범람해 인류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따라서 경제흐름에도 제방이 필요하다. 그 양대 제방 중 하나는 '정의(Justice)의 제방'이고, 또 다른 제방은 '효율(Efficiency)의 제방'이 아닐까 싶다. 이 둘 중 어느 하나에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범람이 일어난다.
지난 대선 국면을 한 번 떠올려 보자. 그 당시 경제문제와 관련한 논쟁에서 경제민주화를 빼놓을 수 없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의견 차이를 나타냈던 이슈가 바로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유지하되 신규 순환출자 불허를, 문재인 후보는 신규는 물론이고 기존 순환출자까지도 3년 유예 후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개됐다. 관점에 따라 '갑론'도 옳고 '을박'도 옳을 수 있으니 결국은 관점이 문제다. 나는 당시 그 문제를 경제흐름의 양대 제방, 즉 효율과 정의의 균형 있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의의 관점에서 순환출자는 금지되는 것이 맞다. 과거 것을 포함해서 즉시 해소되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순환출자로 인해 가공자본이 창출되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들은 실제 출자한 지분 이상 기업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지만 지배주주의 현금지분 과소기업(들)으로부터 현금지분 과대기업으로의 '부의 이전(Wealth Transfer)'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일감몰아주기'는 그 대표적 행위유형에 속한다. 둘째, 시장의 이른바 자정기능(Correction)이 약화된다. 즉 지배주주의 가공자본 창출로 인해 경영권이 과보호됨으로써 실패한 경영에 대한 시장으로부터의 견제와 균형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순환출자가 갖는 긍정적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즉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그룹 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선단식 경영이 완성되고, 이러한 구조는 무한경쟁의 환경 속에서 기민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계열사 간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제품이나 개발 정보의 비밀 유지 등을 더욱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개연성도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이 이뤄낸 성과가 이러한 주장들에 일정한 설득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이 문제의 해법을 소유구조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는 것은 균형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순환출자로 인한 문제점들, 예컨대 일감몰아주기, 시장의 자정기능 약화를 촉발하는 행위 등에 대한 다양한 규제장치의 마련 및 견제기능의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현행제도보다 더욱 강화된 세제 개혁 및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통해서, 시장의 자정기능 약화는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 및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관여(Engage)와 책임투자 확대를 통해서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단 순환출자를 포함한 지배구조 이슈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는 늘 두 개의 핵심 가치에서 균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칫 한쪽에 편중돼 정의의 칼을 세우는 것도, 효율의 칼만을 들이대는 것도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 돼 너와 나를 서로 찌를 수 있음을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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