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경제흐름은 인류에게 수많은 혜택을 제공한 반면 때로는 범람해 인류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따라서 경제흐름에도 제방이 필요하다. 그 양대 제방 중 하나는 '정의(Justice)의 제방'이고, 또 다른 제방은 '효율(Efficiency)의 제방'이 아닐까 싶다. 이 둘 중 어느 하나에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범람이 일어난다.
정의의 관점에서 순환출자는 금지되는 것이 맞다. 과거 것을 포함해서 즉시 해소되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순환출자로 인해 가공자본이 창출되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들은 실제 출자한 지분 이상 기업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지만 지배주주의 현금지분 과소기업(들)으로부터 현금지분 과대기업으로의 '부의 이전(Wealth Transfer)'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일감몰아주기'는 그 대표적 행위유형에 속한다. 둘째, 시장의 이른바 자정기능(Correction)이 약화된다. 즉 지배주주의 가공자본 창출로 인해 경영권이 과보호됨으로써 실패한 경영에 대한 시장으로부터의 견제와 균형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순환출자가 갖는 긍정적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즉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그룹 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선단식 경영이 완성되고, 이러한 구조는 무한경쟁의 환경 속에서 기민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계열사 간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제품이나 개발 정보의 비밀 유지 등을 더욱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개연성도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이 이뤄낸 성과가 이러한 주장들에 일정한 설득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현행제도보다 더욱 강화된 세제 개혁 및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통해서, 시장의 자정기능 약화는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 및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관여(Engage)와 책임투자 확대를 통해서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단 순환출자를 포함한 지배구조 이슈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는 늘 두 개의 핵심 가치에서 균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칫 한쪽에 편중돼 정의의 칼을 세우는 것도, 효율의 칼만을 들이대는 것도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 돼 너와 나를 서로 찌를 수 있음을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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