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2차 의정협상'에서 '선(先 )시범사업 후(後)입법'을 관철시키며 24일 '2차 집단휴진'을 접은 의사협회는 발칵 뒤집혔다. 가뜩이나 2차 의정협상에서 합의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을 놓고도 정부와 해석 차이로 부글부글 끊던 차였다. 의사협회는 오는 30일 임시대의회의에서 집단휴진 재돌입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원격진료 공포 후 시범사업'이라는 부칙 하나가 의협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복지부는 의정 합의에 따라 다음 달부터 6개월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는 6개월간 원격진료 입법은 어렵다는 의미다. 복지부가 이미 사문 조항이 된 해당 부칙을 삭제한 개정안을 제출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복지부가 화약고와 같은 의료계를 자극할 것이 아니라 부칙 삭제 과정을 거치는 '꼼꼼함'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는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갖춰진 의료 인프라에 모바일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부처의 갑(甲)'이라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는 원격의료의 조속한 시행을 원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들 부처와 다시 협의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국회로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개정안 제출 직후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원격의료 조기 시행을 위해 해당 부칙을 빼지 않고 정부 원안대로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 처리 과정은 '꼼수'가 있건, '귀차니즘'이건 이래저래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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