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0여곳서 시행···학생주도 토론수업 집중도는 좋지만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기도…교과과정 연계성과 함께 현장중심 프로그램 만들어야
◆정책 취지엔 대부분 공감= 자유학기제는 점차 확대돼 올해는 전국 중학교의 20%인 800여개교에서 실시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행의지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도 자유학기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범정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국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다.
◆참여형 수업의 명과 암=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올해 2학년에 올라간 차모(14)양은 자유학기제의 효과와 부담을 동시에 토로했다. 차양은 "가령 과학시간에 열 관련 수업을 하면 양은냄비와 뚝배기를 이용해 라면을 끓여보며 열 전도율을 비교한다"고 설명하며 "학생 주도의 수업이니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필시험을 안 본다는 이유로 편하게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친구들도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교과수업 단절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장모(14)군은 "막상 2학년에 올라오니 아무래도 성적이 걱정"이라며 "실제로 이번 학기 방과후학교 신청률이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더하다. 올해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4)씨는 "갑자기 시험을 안 본다니 좀 막연하다"며 "사교육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공통적이었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에는 대학교수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지원됐으나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직접 영상을 찍어 이미지를 편집하는 수업의 경우, 학교에 해당 편집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연구비를 주고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게 '현장 맞춤형'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자유학기제를 신청한 서울 소재 중학교의 이모(40) 교사는 "정부에서 프로그램 모델을 내려보내지만 기존 교사들이 전문성 있게 지도하기는 힘든 수준"이라며 "한 학교에 3000만원가량 지원한다는데, 외부 강사를 채용하면 시간당 최소 3만원을 지급해도 지원비의 3분의 2 이상(프로그램 10개, 주당 4시간씩×17주)이 강사료로 들어가버린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자유학기제 운영 시범교(42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했다'는 항목의 경우 사전 3.30점(만점 4.0)에서 사후 3.98으로, '여러 가지 진로를 탐색할 수 있었다'는 항목은 사전 3.36점에서 사후 3.87점으로 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했다'는 항목은 3.12점에서 3.35점으로 상대적으로 변화폭이 작았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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