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원 NH농협은행 부행장, 술·골프 못하는데…동료人氣 짱의 비밀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민경원 NH농협은행 부행장은 얼마 전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전에 근무하던 안양1번가지점 직원 20여명이 자필로 쓴 편지다. 이 편지에는 "다른 은행에서 일할 때는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기분으로 다녔지만 이제는 일하는 게 즐겁고 자신감도 커졌다" "일요일 저녁에도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오히려 설레고 기대가 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 부행장과 함께 일을 하면서 회사를 더 사랑하게 됐고 직장생활이 즐거워졌다는 마음을 직원들이 글로 표현한 것이다. 직원들은 민 부행장과 지점에서 같이 일할 때 회식이나 워크숍, 야유회 등에서 찍어 놓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첩까지 만들어 보냈다. 민 부행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인 셈이다.
민 부행장은 "그동안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과의 관계 설정을 남들보다 잘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점장과 부행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을 가능성을 보고 적절한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민 부행장은 "모두다 골을 넣을 수는 없지만 위치 변경 등으로 각자의 역할을 찾아주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며 "모두가 1등이라고 생각하고 구성원 전부 승리자가 될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민 부행장을 믿고 따르는 데는 그만의 진정성도 한몫을 했다. 그는 "힘이 들 때면 직원들을 생각했고, 열의에 찬 눈빛을 떠올리면 그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나서서 해결하고 싶었다"며 "스스로 나서 결과물을 만들면 때론 섭섭한 직원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동화되는 결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앞장서 만든 결과가 조직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그 분위기가 다시 좋은 결과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민 부행장이 직원들에게 "목표를 머리에 이고 다니지 말고 공처럼 발밑에서 굴려라, 목표는 짐이 아니라 기회"라고 당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 부행장을 지금의 자리로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은 '농협'이라는 한계였다. 그는 "다른 은행에서 잘 되는 데 농협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며 "주변의 다른 은행을 뛰어넘을 수 없을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도전했고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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