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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억 사기대출…'金팀장 쇼크' 금감원 멘붕

최종수정 2014.03.20 07:03 기사입력 2014.03.19 11:40

주범 해외도피 돕고 수억원대 이권 챙긴 혐의
생선가게 고양이된 금융당국, 도덕성 치명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간부급 직원이 거액의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19일 경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KT 협력업체 대표가 16개 금융기관에서 310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이른바 'KT ENS 대출 사기' 사건에 금감원 간부가 연루됐다. KT ENS 대출사기 사건의 배후로 드러난 인물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김모 팀장(50)이다.

김 팀장은 대출 사기 사건의 주범 전모(49)씨, 서모(44)씨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는 물론 수억원에 이르는 이권을 받아 챙겼고 전시의 해외도피도 도운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최근 김 팀장의 비위를 확인, 직위 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현재 김 팀장을 조사하고 있으며, 그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사건이 발생한 초기 때만 해도 '금감원에 연루자가 있을 것'이란 외부의 소문에 거리낌없다는 입장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연루자 소문에 설마설마했다"며 "결과적으로 직원들 스스로 불신을 키운 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해 송구스럽다"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직원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준 것이 적발돼 금감원 간부 등 직원 여러 명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7월 금감원의 한 간부는 상장사의 부실회계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금감원 직원의 비리 사건으로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에 또 한 번 흠집을 남겼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 수뢰·청탁이 아닌 금감원 직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기사건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감독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향후 직능별로 철저한 내부감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금감원에서의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감원 현역 간부가 금융사 감사로 내려가는 '감사 추천제'는 더욱 힘들게 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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