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임대사업이 稅표적…외국인 투자도 '멈칫'
전·월세대책 발표 열흘…부동산시장 찾아보니 다시 '찬바람'
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 하락·미분양 단지 방문객도 '뚝'
정부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지난주 호가가 500~1000만원 하락하고 거래가 끊긴 강남구 개포동 일대 전경 . 연무가 낀 날씨처럼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찬·노태영 기자] "공급이 많아 공실률이 높은데 세금까지 내라니 임대사업 더 못하겠다. 다가구주택을 하나 더 매입해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따져보고 접었다."(서울 강서구 도시형생활주택 임대인)
"계약을 앞둔 투자자들이 계획을 바꾸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규제완화 이후 올랐던 호가도 다시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 거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서울 개포동 D공인 대표)
정부가 주택 임대소득에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금폭탄을 두려워한 임대인들은 사업계획을 포기하고 있으며 훈풍이 불던 재건축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는 지난주 호가가 약 500만∼1000만원 하락했다. 지난달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방침 이후 5000만∼6000만원씩 가격이 상승했지만 지난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호가가 떨어졌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월세 임대소득뿐 아니라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주택시장 전반에 거래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의 수요로는 주택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면서 "그런데 다주택자의 투자를 가로막는 대책을 내놨으니 거래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민간임대 활성화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그 동안 안 내던 세금을 내게 된 임대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약수동 A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5만원이라도 더 받고 싶다는 요청이 오고 있다"면서 "세입자들의 소득공제를 강화하면서도 임대인의 민감한 부분인 세금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미분양 단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말 개관한 한 수도권 견본주택의 경우 주말 평균 약 200팀이 찾았지만 지난 주말엔 방문객이 30% 가량 줄었다. 분양 관계자는 "수도권 미분양 대부분이 대형이라 자금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아니면 매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전·월세 소득의 과세를 강화한다고 하니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주택거래 활성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전국 미분양 주택은 5개월 연속 감소, 2006년 5월 이후 7년8개월 만에 가장 적은 5만8576가구로 줄었다. 정부의 '2·26대책'과 '3·5보완조치'가 이 같은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또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지던 외국계 투자자들의 발길이 최근 끊겼다. 지난달 투자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외국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주택 거래 정상화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수차례 발표해 긍정적이었다"면서 "그런데 새로 발표한 대책을 보니 정부의 정책 지향점이 어딘지 헷갈리고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어서 투자 결정이 힘들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부동산학)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한다"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매물이 많아져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택 거래 단절로 이어져 내수위축과 지방세수 부족 등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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