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이날 막판 진통 끝에 본회의를 열고 160여건의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 전까지도 핵심 법안들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에 겨우 합의점을 찾았으나 산업위 등 다른 상임위 법안 처리에도 이견이 있어 오전까지도 몸살을 앓았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까지 합의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방송법 처리에 반발하면서 본회의 직전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법은 권력형 비리를 차단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과반이 찬성하면 특검이 발동될 수 있게 하고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에 특별감찰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기구특검이 도입되지 않고 특별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이 제외되는 등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 법안도 처리된다.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인 근로자는 하루 근로시간이 현재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어든다. 금융기관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주민등록번호 보관 시 암호화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는다.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통과한 선행학습 금지법은 중ㆍ고교 및 대학의 정규 교육 과정과 '방과 후 학교' 과정에서 선행 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등의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월 국회는 막판에 몇 가지 법안을 처리하며 면피는 했지만 핵심 법안들은 무더기로 4월 국회로 넘겼다. 특히 기재위, 농해수위, 국토위 등은 주요 법안 처리 실적이 전무했다. 가장 처리가 시급했던 기초연금은 여야정협의체를 만들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우리은행지주 지방은행 매각을 위해 꼭 통과돼야 했던 조세특례제한법도 기재위 파행으로 무산됐다. 근로시간단축법, 노조법 등 중요한 노동계 현안들은 환노위가 4월로 넘겼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광진흥법ㆍ크루즈육성법은 2월 국회에서 논의의 불씨조차 지피지 못했다.
2월 국회는 또한 재적의원의 5분의 1인 6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회기 중에 해외출장길에 오르며 저조한 출석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여야 의원 5명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 순방길에 올랐고, 정몽준 의원은 40여명의 의원들과 중국을 방문했다. 동계올림픽 참관을 위해 소치로 발걸음을 돌린 의원들도 7명이나 됐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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