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유출된 의협의 개인정보는 의협 회원들의 아이디와 비번,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의사면허번호까지 포함됐다. 의협의 허술한 보안 관리가 해킹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의협은 경찰 통보 전까지는 자사 사이트가 해킹당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지난 달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전국이 들끓었는데도 협회 홈페이지 보안 관리를 '나몰라'라 했다. 개인정보에 암호화 설정만 했어도 주민등록번호 등이 유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응책도 한심하다. 의협은 경찰 발표 반나절 만에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의 개인정보 암호화 시스템 구축과 개인정보 접근 통제 장치 설치 등 홈페이지 보안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방이다. 이미 8만명이 넘는 회원 개인정보는 어느 범죄 집단의 손에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4일 의협의 총파업 투표시스템에도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협의 사이버 보안 취약성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회원들의 개인정보도 지키지 못해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한 집단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총파업에 나설 염치는 있는가. 또 이번 투표의 공정성은 보장받을 수 있을까?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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