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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남자가 사는법 8] 착륙해야 하나 이륙을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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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해야 하나 이륙을 꿈꾸나

[100세 시대,남자가 사는법 8] 착륙해야 하나 이륙을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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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부러워 하면 지는거다. 그런데 부럽다. 베트남에서 1년 반만에 돌아온 친구를 환영하는 술자리가 있었다. 소형증권사 임원때 베트남어를 독학하고 퇴직한뒤 현지대학에서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다. 사업구상이 섰다며 다시 돌아 간단다. 여기까지는 “장하다”고 격려했다. 페이스북으로 여학생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한국어 선생’으로서 인기가 최고라고 침을 튀며 자랑한다. 다들 눈꼴이 시어진다. 확, 제수씨에게 이를까 보다.

이런 사람 많지 않다. 미리 이모저모 준비한 친구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들 불안하다.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친구들을 찾기 시작한다. 반창회, 동창회를 뻔질나게 드나든다. 조금은 허접한 사업아이디어와 직장에 대한 불만, 노후자금걱정, 소나무껍질처럼 드세진 마누라씹기, 아이들 얘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많은 얘기를 했지만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송달송한, 그렇지만 즐거운 시간이 지나간다. 카카오스토리와 밴드는 갈수록 바빠진다. 직장을 그만둔 친구수를 세는게 일이된다.
일 좀 할만 하니까 내려가야 한단다. 그동안 맡은 일은 열심히 했다. 직장 밖으로 나오면 할 줄 아는 게 없다. 꽁지 빠진 닭, 끈 떨어진 연 신세다. 고물상에 버려진 낡은 자전거 취급이다. 한번 버려지면 녹슬고 더 엉망이 된다. 지금까지 일해온 날만큼의 많은 나날이 남아있다. 이렇게 불시착하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안전한 착륙을 준비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이륙을 꿈꿔야 하나. 예전에는 착륙하면 끝이었다. 지금은 정년뒤에도 20-30년은 더 활동할만큼 생이 길어졌다. 그런데 예정보다 빨리 퇴직하는 불시착이 많아졌다. 다시 이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륙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준비가 부족하다. 다시 이륙할 수 있을까? 은퇴(retire)는 영어로는 시작이다. 타이어(tire)를 바꿔(re)끼는게 은퇴다. 끝이 아닌 시작이 맞다. 바꿔 낄 준비를 개인이나 사회나 너무나 등한시한게 문제다. 100세시대가 너무 갑자기 닥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자. 이제라도 시작하면 된다. 아니 시작해야 한다. 마음부터 다잡고 자신감을 찾는게 먼저다.

다섯살 많은 선배들이 있다. 이분들 나만 보면 "정말 좋은 나이야" 라고 부러워한다. 5년전에도 그랬고 10년전에도 그랬다. 내가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5년만 젊었더라면"을 입에 달고 산다. 후배의 젊음을 부러워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젊다. 당신의 남은 인생에서 지금보다 더 빠른 때는 없다. 한국일보사장을 지내신 장명수이화학당이사장이 20년전쯤 쓴 칼럼내용을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했다. 그렇다. 지금이 당신의 인생에서 시작하기 가장 빠른 순간이다.
여든살이 넘어서도 58년 개띠라고 ‘사기치고’ 다닌다는 이시형박사는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40대후반에서 60대를 YO(YOUNG OLD)로 부른다. 살아남자 시리즈 3편 제목이 "50대 은퇴남은 ‘어른애’라네" 였다. YO를 '어른애'로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그는 “창의력은 전두엽의 의욕과 측두엽의 경험으로 이뤄지는데, 측두엽의 기억창고에 든 게 없다면 창조는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경험, 즉 낫살을 먹어야 창의성도 생긴다는 얘기다. '어른애'가 창의적이란 설명이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미술가로 마르셀 뒤상을 꼽는 사람이 많다. 미술을 뒤상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다. 현대미술의 아버지자리를 놓고 피카소와 경합한다. 뒤상을 이렇게 만든게 변기통이다. 뒤상은 낡은 남성소변기를 뒤집어 '샘(fountain)'이라는 작품으로 출품했다. 뒤상은 이미 헌 자전거바뀌를 의자위에 세워놓은 '자전거바뀌'라는 작품을 발표했었다. 한참 쓰다 버려졌음직한 쓰래기를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미술사적 의미는 미술평론가에게 맡기자. 그러나 예술가에게 100세시대 공로상을 주라면 나는 뒤상을 택하겠다. "귀하는 용도폐기될 위기에 처한 '어른애'들의 인생이 마음만 먹으면 창의적인 예술품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샘'과 '자전거바뀌'를 통해 증명했으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합니다".

착륙이냐 이륙이냐, 퇴행이냐 전진이냐, 퇴물이냐 예술품이냐. 중년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시기다. 흑과 백, 미와 추. 야누스의 얼굴중 무엇으로 결정할 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뒤상은 얘기한다. 그냥 우리는 선택하면 된다. 나의 인생은 쓰레기가 아니라 예술품이라고. "나 소변기 아냐, 샘이라니까! 짜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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