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3조9383억원. 이중 해외부문에서 거둔 실적은 8조9800억원으로 총 매출의 64.4%에 달한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막대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원동력은 수주에 있다.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현대건설의 몸집을 유지해 나갈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한 해외 수주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중압감은 또 얼마나 클까. 권오식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장을 찾은 이유다.
그런데 세계지도와 회의자료 등이 빽빽한 사무실에서 만난 권 본부장은 의외로 "낙관적"이라고 표현했다. 밝은 웃음을 띤 그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해외 누적수주 1000억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운 현대건설만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미 수주계약 대기 중인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는 것도 권 본부장의 자신감의 배경으로 보였다. "올해 수주목표가 113억8000만달러인데 1분기 안에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60억달러는 될 것 같습니다." 올해 농사가 절반 이상을 1분기에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영업기반이 탄탄하다는 얘기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실적을 쌓아올릴 준비를 해놓고도 있었다. 권 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 등 CIS 국가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칠레를 비롯한 남미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권 본부장은 더욱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약 10조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주요 기반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한 중동과 아시아에 머물고 있어요. 나머지 90% 시장을 향해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해외시장에서는 한국업체들끼리 싸우는 것보다는 협력을 하는 것이 출혈경쟁을 막는 좋은 방법입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입찰 후에 뚜껑을 열어보면 1~3위가 다 한국업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진업체들을 빼고 한국 업체들끼리 뭉쳐도 발주처의 요구조건에 부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도 되죠."
권 본부장은 한국업체들간 전략적으로 '합종연횡'을 하면 경쟁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문화가 같은 국내업체들이 협력하면 공사 수행과정에서도 협조가 잘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1982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뼛속까지 현대인"이라고 소개한 권 본부장은 "희망"을 거듭 얘기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쿠웨이트 지사장으로 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5개의 현장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현장소장 몇 명과 마지막까지 남아 방독면을 쓰고 잠자리에 들기도 했죠. 이제는 위험이 크게 줄어든만큼 열심히 사업을 따내는 역할을 해야죠. 그래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죠. 전세계가 우리의 무대이니 더욱 희망적이지 않습니까."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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