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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공익제보 보호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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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제보 했을때만 보호…언론 등에 알리면 위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국가정보원 선거 댓글 의혹을 폭로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법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공익 제보’를 막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새삼 드러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제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법과 제도가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환수)는 지난 20일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씨의 공직선거법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정원직원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를 도왔던 당시 국정원 직원 정모씨도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선거법 무죄를 선고한 것은 공익제보의 취지를 고려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에 대해서도 “댓글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을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형량을 고심한 결과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럼에도 국정원 댓글 의혹을 세상에 알렸던 이들이 결국은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씨는 국정원 현직 신분인 것처럼 믿게 한 뒤 직원 주소를 알아낸 혐의(위계공무원법 위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을 위반했으니 처벌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에 판결을 받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사례는 내부 고발자가 겪는 일반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국가 기관의 비리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면 해당 기관은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고 다양한 법 위반 사유를 이유로 징계나 처벌을 유도한다.

제보자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아도 인사상 불이익을 겪거나 내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힘겨운 상황에 몰리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찰 수뇌부 축소·은폐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이와 같은 사례다.

권 과장은 경찰 내부 문제를 폭로한 이후 총경 승진에서 누락되면서 ‘인사 보복’ 논란을 빚었다. 경찰 수뇌부 쪽에서는 “현직 경찰관으로서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서 징계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공익제보 중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제보자를 보호할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는 이처럼 매우 미흡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만 봐도 국정원법 제9조는 직원이 공익 목적으로 외부에 제보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수사기관에 제보’했을 경우에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아닌 종교단체나 언론 등에 제보했을 경우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셈이어서 사실상 제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제보한 것은 가려질 수도 있었던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평가할 일”이라며 “정부에서도 공익 제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지만 제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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