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환의 평사리日記]狂氣로 피어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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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서린 매구*소리가 잦아들 때면 아이들은 신이 들렸다.
들로 산으로 미친 듯 쏘아 다니면서 대나무와 소나무를 베어왔다.
고추만한 녀석들이 제 키보다 열배나 더 큰 달집을 세웠다.


대나무 꼭대기는 하늘에 닿은 듯 간들거리고
동네 어른들은 달집을 향해 뒷짐 지고 나오셨다.

"달이다, 달이 떴다" "불 붙여, 달이다 달"


작은 불 씨앗은 그 찰나의 시간에 火神이 되어
칡 넝쿨 제 몸뚱어리 감아 돌리듯 감겨 올라가 회오리가 되고
그 회오리는 날개가 달려 용이 되더니
드디어 하늘에서 보름달과 조우했다.

광기의 시간이 흐르고 재에 온기가 다할 즈음에서야
내 정수리에 앉은 달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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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꽃이 피어나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매구 : 풍물놀이의 경상도식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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