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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눈물의 상봉'…"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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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공동취재단·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수십년을 기다려온 만남이 이뤄진 20일 북한 금강산 호텔은 가족들의 눈물바다로 뒤덮였다. 2010년 11월5일 제18차 상봉 후 무려 1200일 만에 성사된 이날 만남에서 혈육들은 서로 "미안하다"며 부둥켜안았다.

42년 전 납북된 친형 박양수(55)씨와 해우한 박양곤(52)씨는 그저 "형 얼굴을 뵙게 해주셔서 고맙다"며 울먹였다. 박양수씨는 1972년 12월28일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오대양호'에 승선했다가 북한 경비정의 공격을 받고 납북됐다. 양곤씨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이었다. 졸지에 형님을 북에 빼잇기면서 박양수씨 가족은 기약없는 상황에 속절없이 눈물만 흘려다. 더구나 납북된 박양수씨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어린 나이에 '뱃사람'이 된 터라 가슴 속의 상처가 됐다. 박양곤씨는 상봉 전부터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여동생 석려씨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여동생을 보자마자 잠시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곧 정정한 모습으로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동생과 대화를 나눴다.

이만복(91) 할머니는 64년 만에 북한에서 살고 있던 딸 리평옥씨와 손자 동빈씨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남측에서 함께 온 또 다른 딸 이수연씨와 함께 가장 먼저 단체상봉장에 도착했다. 이수연씨는 언니 리평옥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모두 백발이 된 세 모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이어갔다.

상봉단이 워낙 고령인 탓에 곳곳에서는 치매로 인해 가족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안타까운 장면도 속출했다.
이영실(88) 할머니는 여동생 리정실씨를 만났지만 치매로 인해 선뜻 알아보지 못했다. 리정실씨는 "언니, 저예요. 왜 듣질 못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씨와 함께 금강산으로 온 딸 동명숙씨도 연신 "엄마, 이모야, 이모. 바로 밑 엄마 동생"이라고 외쳐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김영환(90)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아내 김명옥씨를 만났지만 치매기가 있어 금방 알아보지는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들 김대성씨가 "알아보시겠느냐"고 물어보자 "아니 잘 모르겠어"라고 답변했다. 아들 김씨는 "너무 오래돼서 약간 못 알아보신다"며 안타까워했다.

귀가 안 들려 메모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북측에서 나온 동생 리철호씨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형 이명호(82) 할아버지를 배려해 메모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동생이 건넨 메모엔 '어머니는 형이 고무신을 사주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적혀 있었다. 형제는 메모지에 부모님 소식과 관련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느냐'고 써내려가면서 소리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한편 아들과 딸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전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이산가족 등록을 마치고 이날 구급차에 몸을 싣고 금강산으로 온 김섬경(91) 할아버지는 구급차에서 딸 춘순(68)씨와 아들 진천(65)씨를 만났다. 홍신자(84) 할머니도 구급차 속에서 침대에 누운 채 동생 영옥씨와 조카 한광룡씨와 극적인 상봉을 가졌다.

이날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12명이 부부·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 남측 상봉단은 2시간에 걸친 단체 상봉에 이어 북측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해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첫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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