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수상한' 의협과 '책임 떠넘긴' 정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간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가 핵심 쟁점인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 설립을 사실상 허용하면서다. 하지만 향후 처리 과정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8일 중구 한국언론재단에서 의료발전협의체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와 의협간 이견차가 가장 컸던 원격진료는 입법 과정에서 논의키로 했다.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원격진료의 타당성이나 시범사업 여부를 국회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선(先시)시범사업, 후(後)입법'을 요구하던 의협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문제도 국회로 미뤘다. 의협이 현재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분야를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대치국면에 있는 국회로 공을 떠 넘긴 꼴이다.
기초연금 문제를 비롯해 정부의 각종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야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을 '의료영리화'라며 사생결단으로 막고 있는 야당에서 합의해줄리 만무하다. 의협내부의 불협화음도 또 다른 화약고다. 의료발전협의회 의협 측 대표단과 의협 집행부가 이번 협의 결과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다음달 3일 예정된 총파업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의협은 19일부터 27일까지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원격진료 등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번 찬반 투표를 통해 자신의 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밝혔다. 원격진료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이들은 동네병원 의사인 '개원의'들이다. 의협내에선 개원의 회원이 가장 많다. 총파업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보장받으려는 의사들이나 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나 무책임하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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