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레이스 중반만 해도 메달이 보였다. 앞서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한 요릿 베르흐스마(28·네덜란드)보다 은반을 더 빨리 돌았다. 그러나 29초대를 유지하던 한 바퀴 기록은 후반 들어 1초씩 늘었다. 함께 달리던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와도 점점 멀어졌다.
“될 듯 될 듯 하면서 안 됐다. 아쉽고 지친다.”
4년 전 그는 이 종목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행운이 따랐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크라머르(12분54초50)였다. 그러나 코치의 사인 미스로 인코스를 중복해서 타 실격을 당했다. 이승훈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이승훈은 입상권을 노렸다. 초반 크라머르를 앞서며 투지를 불태웠고, 중반까지 안정된 레이스로 TV 앞에 앉은 국민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후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크라머르와 반 바퀴 가량 벌어지고 말았다. 이내 동메달의 희망도 날아갔다.
네덜란드의 돌풍은 1만m에서도 불었다. 베르흐스마가 올림픽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종목 세계기록(12분41초69) 보유자 크라머르는 12분49초02로 은메달, 보프 더용(38·네덜란드)은 13분07초19로 동메달을 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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