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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풀려난 회장님들, 312호 법정에선 무슨 일이?

최종수정 2014.02.12 11:39 기사입력 2014.02.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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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재계가 긴장 속에 서초동을 바라본 11일 오후, 312호 법정에서 '두 회장님들'이 연달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구속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수천억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들에게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가 두 회장에게 모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김 회장에게 징역 9년, 구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양형에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과거 법원이 기업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총수들에게 흔히 선고했던 형량으로, '재벌 양형공식'으로 불렸던 바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과 구 회장 모두 피해를 변제한 점이 양형 사유가 돼 납득할 만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해선 ▲업무상 배임으로 피해를 입은 계열사에 1597억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한 점 ▲양도소득세 포탈세액 전액을 납부한 점 ▲그동안 한화그룹 총수로서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점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김 회장의 배임액수는 1585억원으로, 원심에서의 1797억원보다 다소 줄긴 했으나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범행 동기에 있어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며 "한화그룹 전체의 위험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을 동원한 것"이라고 판단해 양형을 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며 김 회장 측의 주장인 "경영판단에서 비롯됐으므로 배임죄 처벌대상이 아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범죄 성립에선 배척됐던 김 회장 측 주장을 정작 형량을 정하면서는 받아들이는 아이러니를 보였다.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선 ▲약 570명의 피해자들에게 총 834억여원을 변제한 점 ▲대주주 소유의 LIG손해보험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고 마련된 자금으로 피해자들 전원과 합의한 점 ▲78세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허위 재무제표 작성ㆍ공시 관련 범행엔 가담하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한 판단과 마찬가지로 구 회장에 대해서도 일부 범행에 대해서만 가담하지 않았다고 봤을 뿐 그룹 총수로서 LIG건설에 대한 회생신청 사전 계획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기업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으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 개선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라며 "법원의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판결로 규정할 수 있다. 경제발전에 힘쓴 점과 좋지 않은 건강상태를 참작한 것은 과거 재벌들의 형사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던 판결문 표현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국민은 법원이 더 이상 재벌 봐주기 행태를 이어가지 않고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발맞춰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판결은 이 같은 국민의 정서와 벗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한 판사는 "실질적 피해를 변제하는 등 유리한 양형사유가 발생했고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할 여지가 생겼는데 재판부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납득이 어려운 수준의 판결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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