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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의 무기는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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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1960년대 후반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대(對)한반도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밀었다. 임방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군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미국놈들, 걸핏하면 철군한다고 협박한다"고 할 만큼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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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 전 대통령은 1970년 1월 국방부 초도순시때 "우리 손으로 우리 무기를 직접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설립된 것이 국방과학연구소(ADD)다. 박 전 대통령은 초대 소장에 자신의 군 선배이자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소장으로 있던 신응균 장군을 임명하고 연구소장의 지위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ADD는 자주국방의 초석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연구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국방부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사일 담당자가 방문을 요청하자 즉석에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아버지인 박 전대통령의 뜻를 이해한듯 ADD의 기를 세워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약속대로 ADD를 방문해 "안보와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들의 뜻을 ADD는 알까? 아닌 것 같다. ADD는 2008년 K-21 보병전투장갑차,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을 '10대 명품무기'라고 발표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 후에는 시민들이 볼 수 있게 전시도 했다. ADD는 '10대 명품무기'를 소개하며 자신들의 업적 공치사에 열중했다. 그러면서도 함께 개발에 참여한 방산기업들의 이름은 배제했다. 그러던 ADD가 이들 명품무기들에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며 '불신의 무기'로 비난받자 방산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워 해명하도록 했다.
ADD는 민간업체에 개발기술을 이전해주는 대신 업체로부터 수출액의 2%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받는다. 기술료는 연구개발에도 쓰이지만 연구원들에게 성과급으로도 주어진다. 최근 5년간 ADD는 방산기업으로부터 48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기자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 궁금해 최근 정보공개를 공식 청구했다.

ADD로부터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인정보라는 것이다. 실명을 밝히지 않고 성(姓)이나 AㆍBㆍC같은 이니셜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백홍렬 ADD소장은 "연구소 내부 심의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답답하다. 연구원들에 대한 성과급이 많다면 그만큼 처우가 좋다는 이야기고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과급이 적다면 연구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특별히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국방부는 6일 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다. 올해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투명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에게 ADD는 어떻게 업무보고를 할 지 궁금하다. "이 정도까지만 아시고 나머지는 정보보호차원이니 그냥 넘어가시죠"라고 보고할런지.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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