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라도 창업을 활성화시키는 손쉬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창업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풀면 된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그런 정책 덕분에 엄청난 벤처 열풍이 불었었다.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벤처가 그야말로 비 온 후의 죽순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벤처 열풍도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고, 공연히 대학만 몸살을 앓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일에 재미를 붙인 교수들 탓이었다. 교육에 써야 할 공간까지 벤처에 내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아직도 대학에는 교수들에게 달콤한 돈 맛을 가르쳐준 벤처 열풍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선 창조적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수사(修辭)로 치장된 처방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화려한 비전과 그런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공허한 전략이 아니라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는 진짜 걸림돌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제거하는 일이다.
첫째는 온갖 이해관계와 불합리한 대학 입시로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교육을 혁신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의 공교육은 보수와 진보, 교사와 학부모, 빈부(貧富)를 포함한 온갖 사회적 이해관계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투쟁의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교사를 양성해야 하는 교육학자들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심지어 일제가 우리에게 남겨준 고약한 '문과'와 '이과'의 틀마저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의 성공을 무작정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규제 철패, 위험 분담, 성실한 실패 용인은 공허한 환상일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을 서서 신뢰 사회 구축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뢰 사회 구축의 전제 조건인 소통은 말로만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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