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없는 중·장년층 상당수 서비스산업에 간접고용…"사회적 규제 및 정책 수립 필요한 때"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해 달라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현재 공공과 민간부문을 망라하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서비스산업 간접고용은 IMF 이후 급격히 진행됐다. 주요 기업과 기관들은 청소, 경비, 시설 등과 관련한 서비스업무를 '비용절감 대상 1호'로 지정했고 간접고용은 빠른 속도로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26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서비스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병원·학교·구청·아파트에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1232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연령은 56.8세로 나타났다. 청소나 경비보안 업무는 59.4세, 61세로 평균보다 더 높았다.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5.2%로 절반에 육박했다.
갈 곳 없는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고용 접근성이 좋은 서비스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고용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정년 기준이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병원 노동자와 주차안내직 근로자 가운데 54.9%, 47.1%는 계약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를 갖고 있었다. 계약기간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업체가 고용연장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해지하기 쉬워 고용 불안정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처럼 계약 해지 불안에 시달리고 근로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일하는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영역별 만족도는 대학 37.7점, 병원 38.5점, 아파트 39.3점, 학교 및 구청 39.9점 등 대부분이 100점 만점에 30점대에 머무르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직종별 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설관리 37.6점, 조리배식 38.2점, 경비보안 38.3점, 청소 39점, 주차안내 42.5점을 나타냈다.
근로자들은 일의 내용, 임금수준, 의사소통과 인간관계, 개인발전 가능성, 복지후생 등이 열악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47.3시간으로 하루 9.8시간을 일하고 있지만 월 평균 총액기준 급여는 123만원에 불과했다. 기본급 이외 지급되는 수당은 상여금, 교통비, 식비 소액에 그쳤고 일부 사업장은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또 초과수당을 인정받고 있는 비율도 20.5%에 불과했다. 3분의2 이상이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학이나 학교, 병원 등에서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위반하고 불법파견 등으로 인한 법률 위반 행위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일자리와 퇴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외주화로 인한 간접고용 활용이 전 업종과 직종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규제 등을 수립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