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0일자(현지시간) 1면에 '유엔이 시리아 회담에 이란을 초청하자, 미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미국이 발끈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국제회의는 2012년의 이른바 ‘제네바 코뮈니케(성명)’의 연장선상이며 참가국들은 합의문에 동의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미국은 제네바 회담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이를 대체할 권력이양을 논의한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이란은 아사드 정부의 우방임을 자처해왔다.
반 총장은 자신이 직접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수용 의사를 확인했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은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이란 외무성은 미국의 압박에 “회담 참가에 전제조건을 둘 수 없다”는 성명으로 맞섰다.
그러나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전협의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은 이란 카드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 반 총장의 결정을 뒤집어놓은 배경에는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반 총장과 미국의 갈등 분출은 처음이 아니다. 반 총장은 지난해 8월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빌미로 전면 공습을 결정했던 미국 정부 지도자들과 철저한 사전 조사를 강조하며 정면충돌한 바 있다. 당시 반 총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 반 총장은 유엔 기자단 송년만찬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자신까지 도청했던 일을 풍자한 동영상을 선보였다. 미국 정부에 대한 뼈 있는 유감과 경고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한 소식통은 “반 총장이 미국과의 협조를 중시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리는 방식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반 총장이나 유엔의 독자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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